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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범의 <복수초>

복사골이선생 2019. 1. 12. 17:03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08)



복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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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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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열병으로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하얀 눈 발자국에

노란 봄을

여기저기

토해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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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福壽草)’는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이름 그대로 복()과 장수(長壽) 그리고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꽃이다. 산지 숲 속 그늘에서 높이 1030cm까지 자라는데 이른 봄,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 하여 얼음새꽃혹은 눈새기꽃이라 부르며, 새해 들어 가장 먼저 핀다 하여 원일초(元日草)라고도 한다. 이 꽃은 주변의 눈을 식물 자체에서 나오는 열기로 녹이고 눈 속에서 꽃을 피우지만 여름이면 고온 때문에 고사하는 하고현상(夏枯現象)이 일어나 지상부에서 없어진단다.

송재범의 시 <복수초>는 이 꽃의 핵심적인 특성만 그려낸다. 8 12 단어로 된 짧은 시이지만 그 안에 복수초의 핵심 특징이 다 담겨 있다. 화자의 말에 따르면 복수초는 겨우내 / 열병으로 / 시름시름 앓았단다. 어디가 아파서 앓은 것이 아니라 꽃을 피우기 위한 열병이다. 그렇게 앓더니 결국 / 하얀 눈 발자국에 / 노란 봄을 / 여기저기 / 토해놨다고 감탄한다.

하얀 눈발자국여기저기는 복수초가 피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실제 복수초는 군락을 이루더라도 무더기로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 모습을 화자는 눈발자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하얀 눈발자국이란다. 복수초 자체 내에서 나오는 열기로 눈과 얼음까지 녹이니 복수초가 올라오는 곳은 땅이 보인다. 마치 하얀 눈 위에 난 발자국 같다. 그런데 화자는 꽃이 피는 모습을 노란 봄을 토해낸 것이라 한다. 꽃이 어찌 봄을 토해낼 수 있겠는가만, 화자의 눈에는 노란색이 마치 눈과 얼음을 뚫고 나와 봄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이를 봄을 토해낸 것으로 인식했으리라.

이른 가을부터 잠에 들어 제 몸에 열을 키웠다가 그 열로 눈과 얼음을 녹이고 피어나는 노란 꽃, 어쩌면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 복수초이다. 그런 복수초의 핵심적인 특징이 아주 짧은 시행 속에 다 담겨 있다. 복수초가 노란 봄을 토해냈다고 - 시인의 절제된 어휘구사가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