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메모>
1999년 1월 1일.
IMF 이후 큰 실의에 빠져 있던 친구 녀석이
직접 찍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출 사진과 함께 E-mail로 새해 인사를 보내왔다.
戊寅年이 가고 乙酉年이 왔다네.
헌 년은 가고 새 년이 왔다지만
내게는 그 년이 그 년이라네.
우리 이 교수는 좋은 년으로 만드시게나.
일출 사진 밑에 있는 녀석의 인사 문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혹여 녀석이 다른 생각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급히 전화를 했다.
강릉에 있다는 녀석은 내 기우와는 달리 목소리가 씩씩했다.
전화를 끊고도 ‘그 년이 그 년’이란 말이 자꾸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리고는 내가 가지고 있던 일출 사진과 함께 간단하게 메모를 해뒀다.
그 글과 사진이 위의 것이다.
그리고 2000년 1월 어느 날,
단편소설 <아주 특별한 하루>를 쓰면서 이 문장이 소설 속에 그대로 원용되었고,
이 작품은 2001년 3월 한국작가교수회의 무크지 <소설시대> 창간호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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