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시> 풍경 (1)

복사골이선생 2016. 9. 3. 13:23





 

풍경 (1)

 

  

녀석은 췌장암 말기였다

  

요양원으로 찾아간 날

꾸역꾸역 바깥으로 나가잔다

휠체어를 밀고 16층 아래 밖으로 나왔다

조금만 더, , 더 멀리

한길로 나오자 담배 한 대만 달란다

녀석과 눈빛을 맞추고는

긴 호흡으로 불을 붙여 연기를 내뱉으며

녀석 입에 물려줬다

쿨룩쿨룩……

두어 모금도 빨지 못하고는 이제 들어가잔다

  

이튿날 오후

녀석의 부고를 받았다

  

빈소를 찾은 날

두 번 절하기 전에

흰 국화 대신에, 향 대신에,

담배 한 가치 불을 붙여 향에 끼워 꽂았다

  

밖으로 나와 나도 한 대 피워 물었다

내가 뱉은 담배연기를 품은 밤하늘엔

달빛이 유난히 고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