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
녀석은 췌장암 말기였다
요양원으로 찾아간 날
꾸역꾸역 바깥으로 나가잔다
휠체어를 밀고 16층 아래 밖으로 나왔다
조금만 더, 더, 더 멀리
한길로 나오자 담배 한 대만 달란다
녀석과 눈빛을 맞추고는
긴 호흡으로 불을 붙여 연기를 내뱉으며
녀석 입에 물려줬다
쿨룩쿨룩……
두어 모금도 빨지 못하고는 이제 들어가잔다
이튿날 오후
녀석의 부고를 받았다
빈소를 찾은 날
두 번 절하기 전에
흰 국화 대신에, 향 대신에,
담배 한 가치 불을 붙여 향에 끼워 꽂았다
밖으로 나와 나도 한 대 피워 물었다
내가 뱉은 담배연기를 품은 밤하늘엔
달빛이 유난히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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