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박남준의 <화살나무>

복사골이선생 2018. 9. 12. 19:30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18)





 


화살나무

- 박남준

그리움이란 저렇게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어

갈기 세운 채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대의 품 안 붉은 과녁을 향해 꽂혀 들고 싶은 것이다

화살나무,

온몸이 화살이 되었으나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있다

처음 화살나무를 보았을 때에 그 생김새에 의아해했다. 밋밋한 줄기가 아니라 갈기를 세운 듯 세 갈래로 나뉜 모양이 다른 나뭇가지들에 비해 참으로 특이했다. 참 별스런 나무도 다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잎이 붉게 물들고, 빨간 열매를 맺고, 잎이 지는, 다른 나무들과 다르지 않은 생태를 보고서는 오로지 몸통(줄기 혹은 가지)만 기억했다.



그런데 내가 별스럽다고 느끼고, 화살나무의 특성으로 기억한 부분을 시인은 다르게 해석한다. 도대체 그리움이란 뭘까. 시인은 누군가에게 달려가고 싶은 것이라 한다. 그리고 화살나무는 그런 그리움이 넘쳐나 오히려 화살이 되어버린 것이라 파악한다. ~~~! 소리가 나온다.


오죽 큰 그리움이면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었을까. 오죽 그리웠으면, 오죽 그대의 품 안 붉은 과녁을 향해 꽂혀 들고 싶었으면 온 몸이 화살이 되었을까.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다. 그러나 온 몸이 화살이 되었기에 역으로 그대에게 달려갈 수 없는 화살나무이다.


그리움은 과녁에 꽂힐 때에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화살나무는 그리움이 넘쳐나지만 과녁으로 날아갈 수 없다. 그리움에 제 몸을 찢었음에도 날아가지 못하는 것은 온 몸이 화살이 되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평생을 그저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운명, 바로 화살나무의 숙명이다.


그리워하면서도 끝끝내 만나지 못하는 운명 - 화살나무를 보며 어찌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러니 시인이고 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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