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문효치의 <나도바람꽃>

복사골이선생 2018. 9. 13. 09:24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19)






나도바람꽃

 

문효치

 

바람이 시작된 곳

바다 끝

작은 섬

 

물결에나

실려 올까

그 얼굴 그 입술이

 

한 생애

불어오는 건

바람 아닌 그리움

 

 

꽃이나 나무 혹은 풀 이름 앞에 나도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냉이, 나도민들레, 나도바람꽃, 나도밤나무, 나도송이풀, 나도여로, 나도옥잠화…… 그런데 이들은 나도가 붙지 않은 것들과 그 생김새나 습성이 흡사하지만 분명 다른 개체이다. 그런데 종종 나도가 붙지 않은 것의 사이비 취급을 당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인간들이 붙여 놓은 이름 때문에,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아류로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문효치의 시 <나도바람꽃>을 읽다 보면 바람꽃의 생태와 함께 나도가 붙은 꽃의 억울함을 생각하게 된다. ‘바다 끝에 있는 작은 섬에 핀 꽃은 그곳이 바람이 시작된 곳이기에 바람꽃으로 불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도바람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시인은 꽃이 바다를 향해 얼굴을 내밀고 그 얼굴 그 입술이’ ‘물결에나 / 실려 올까하고 기다리는 것으로 인식한다. 비록 이름에 바람이 붙어 있지만, ‘나도바람꽃한 생애 / 불어오는 건 / 바람 아닌 그리움이라 못을 박는다.

시인의 해석인 즉, ‘바람꽃은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 피어났기에 붙여진 이름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도바람꽃은 바람이 불어오는 것 혹은 바람이 부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로지 한 생애 늘 그리워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생김새가 바람꽃과 비슷하다 하여 인간이 나도 바람꽃이라 부르는 것일 뿐이다. ‘나도바람꽃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러니 나도바람꽃이 아니라 그리움꽃으로 불려야 한다는 항변이다.

그런데, 어찌 나도바람꽃을 보고 그리움을 생각했을까. 혹 이 꽃을 보며 시인이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바람꽃에 대한 해석도 그러려니와 나도바람꽃을 그리움으로 파악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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