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미희의 <유채꽃>

복사골이선생 2019. 3. 26. 14:01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25)




유채꽃

 

김미희

 

말할 수 없는 사랑이

빨간 장밋빛으로 익어

온 몸에 퍼지는데

노오란 유채꽃 향기가

바닷바람을 몰고 온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흰 구름은

나의 엽서

흐드러진 꽃소식을 네게 전하면

너는 한달음으로 달려와

뜨거운 입김을 쏟아낸다

 

 

유채는 양귀비목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부터 유료작물(油料作物)로 재배하였다. 중국 원산으로 키는 1m 정도인데 꽃은 4월경 가지 끝에 피며, 색깔은 노란색으로 꽃잎은 끝이 둥근 도란형이며 길이 10mm 정도이다. 열매는 끝에 긴 부리가 있는 원주형으로 번식은 이 종자로 한다. 종자에는 3845%의 기름이 들어 있는데, 단백질이 들어 있는 식용유로서 콩기름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고 있다. 국내 전역에 서식이 가능하나 주로 남부에서 재배한다. 요즘에는 공원과 화단에도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는데, 서울 구리, 제주, 부산, 삼척, 울산 태화강변 등지에서는 유채꽃 축제를 열기도 한다.

김미희의 시 <유채꽃>은 이 꽃을 사랑의 전도체로 환치해 놓는다. 시 첫머리에 말할 수 없는 사랑이 / 빨간 장밋빛으로 익어 / 온 몸에 퍼지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시 속 화자는 지금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모양이다. ‘빨간 장밋빛사랑이라니 그만큼 뜨겁고 열정적이리라. 그 열정이 온 몸에 퍼지니 어찌 견딜까. 그럴 때에 노오란 유채꽃 향기가 / 바닷바람을 몰고 온단다. 뜨거운 열정을 노란 유채꽃 향기 몰고 온 바닷바람으로 어느 정도 부드럽게 식혀주지 않겠는가.

그런데 화자에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흰 구름은 / 나의 엽서이다. 이 엽서로 화자는 흐드러진 꽃소식을 네게 전한단다.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데 거기에 봄꽃들이 만발했으니 사랑은 더욱 열정적이리라. 그런 감정을 주체할 길이 없어 구름에 꽃소식을 임에게 전한다. 그러면 그 임은 한달음으로 달려와 / 뜨거운 입김을 쏟아낸단다. 여기서 뜨거운 입김의 주체는 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로 노오란 유채꽃이 만발한 꽃밭이다.

그렇다면 유채꽃은 사랑의 열병을 식혀주기도 하고 때로는 뜨거운 입김으로 사랑을 더욱 뜨겁게 만들기도 하는 존재이다. 시에는 유독 대비되는 이미지가 눈에 들어온다. 장미와 유채꽃, 빨강과 노랑, 바닷바람과 뜨거운 입김…… 이언 상반된 이미지들을 통해 시인은 유채꽃을 그려낸다. 즉 사랑의 열정을 식혀주기도 하고 더욱 뜨겁게 만들기도 하는 유채꽃을 통해 시인은 화자가 얼마나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지, 그리고 유채꽃 덕분에 그 사랑이 단순히 뜨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온 마음 다 담긴 사랑임을 잘 표현해 낸다.

시를 읽으며 시나브로 제주 해변에서, 구리 축제장에서 그리고 태화강변에서 보았던 유채꽃 밭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 장면들은 정말 장관이었다. 나도 예쁜 아낙 손잡고 유채꽃 밭에서 사랑을 속삭여야지…… 그런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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