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5)
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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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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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좋은 날
마당에 나가 꽃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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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잇몸 사이로
하얀 치아 내보이며 웃고 있는
금낭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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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꽃 흩어진 자리
온 산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도
여전히 해맑게 웃고만 있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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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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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는 쌍떡잎식물로 양귀비목 현호색과 여러해살이풀인데, 우리나라 전역 산지의 돌무덤이나 계곡에 자라지만 근래에는 관상용으로 화단에도 많이 심는데, 키는 40~50cm 정도로 자라고 4~5월에 담홍색의 꽃이 줄기를 따라 가지런히 피어난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한다. 금낭화(錦囊花)를 처음 봤을 때 그 이름에 무릎을 쳤다. ‘금낭(錦囊)’ - 비단 금에 주머니 낭 그대로 ‘비단 주머니’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양에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에서였다.
백승훈의 시 <금낭화>는 시의 형식이나 표현 그리고 문예미학적 완성도를 차치하고, ‘금낭화’의 모습을 잘 파악해 그려내고 있다. ‘햇빛 좋은 날 / 마당에 나가 꽃을’ 본단다. 금낭화를 보는 것이다. 시인의 눈에 ‘금낭화’는 어떤 모습일까. ‘붉은 잇몸 사이로 / 하얀 치아 내보이며 웃고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붉은 잇몸과 하얀 치아’라니 - 맞다, 그러고 보니 딱 그런 모양이다.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그리고 산벚꽃마저 꽃이 지고 ‘흩어진 자리’는 ‘온 산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4월이지만, ‘여전히 해맑게 웃고만 있는 꽃’이 바로 ‘금낭화’란 것이다. 그리고는 그 ‘금낭화 속에서 / 당신을 봅니다’라 마무리한다. 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고 했으니 시인 역시 사랑하는 님의 얼굴을 꽃 속에서 보고 따르겠다는 것이다.
비단 주머니를 매달아 놓은 것 같다는 ‘금낭화’를 ‘붉은 잇몸 사이로 / 하얀 치아 내보이며 웃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시인. 그 묘사가 놀랍지 않은가. 하기는 ‘현호색’을 ‘봄 들판을 거슬러 오르는 / 푸른 송사리떼’로 보는 시인이다. 시인의 눈은 그래서 참 놀랍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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