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6)
개구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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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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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짧은 소견으로는
단 한 번도 땅에 지지하지 못한 뿌리를
목숨처럼 붙안고
수면 위를 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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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함부로 흔들린다 하고,
더러는 그 뿌리를 알지 못한다 비난하지만
차라리 물이끼처럼 바위나 나무에
기생하지 않고
혼자 자유를 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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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밑 그 아래로 어떤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요?
밤하늘 까마득한 곳의 별 빛이나
밥풀꽃처럼
아주 작은 몸피라 하여도
오오, 무리 지어서는 온 늪을 채워 가는
저 깊은 푸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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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탈한 영혼처럼
물여울조차 조용히 갈아 앉히며
내 그리움 몇 개도
그렇게 푸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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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밥’은 개구리가 사는 곳에서 자라는데 올챙이가 먹는 풀이라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물 위에 떠다니며 자라기에 부평초(浮萍草)라고도 한다. 잎 하나에 뿌리가 여러 개 달렸는데 겨울눈이 물 속에 가라앉아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물 위에 떠서 자란다고 한다. 호수나 얕은 개천에 자라지만 관상용으로 어항에 키우기도 한다.
김영천의 시 <개구리밥>은 물 위에 떠서 자라는 ‘개구리밥’의 생태를 기반으로 자유 그리고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첫 행이 특이하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이라는 구절을 통해 시인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자신의 생각에는 ‘개구리밥’은 이런 것이라고 미리 말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시를 써도 되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이 또한 시적 기법이다. ‘~~은 ~~이다’와 같은 직설적인 표현과 함께 시인이 독자에게 직접 서술을 하는 기법이다.
시인이 파악한 ‘개구리밥’은 어떤 것일까. 땅에 닿은 적이 없는 뿌리를 ‘목숨처럼 붙안고 / 수면 위를 떠’ 있으며 결코 ‘바위나 나무에 / 기생하지 않고 / 혼자 자유를 누리’며 아주 작은 잎이지만 ‘무리 지어서는 온 늪을 채워’가는 것이다. 혹자는 ‘개구리밥’을 보고 ‘함부로 흔들린다’거나 물에 떠 있으니 ‘그 뿌리를 알지 못한다’고 비난을 하겠지만, 오히려 시인은 결코 다른 생물 혹은 사물에 빌붙지 않는 독립심을 ‘기생하지 않’음이라며 그것이 곧 ‘자유’라 한다.
여기서 시인은 ‘물 밑 그 아래로 어떤 엄청난 비밀이 / 숨어 있는 것일까요?’라 의문을 제기하지만 곧이어 ‘오오’란 감탄사와 함께 ‘저 깊은 푸르름이여’라 감탄한다. 언뜻 보면 시인의 눈에 비친, 시인의 짧은 소견에 따른 ‘개구리밥’의 생태라 할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시인의 내면이 드러난다. ‘육탈한 영혼처럼 / 물여울조차 조용히 갈아 앉히며 / 내 그리움 몇 개도 / 그렇게 푸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연을 읽고 나면 다시 4연의 의미를 알게 된다. ‘밤하늘 까마득한 곳의 별 빛이나 / 밥풀꽃처럼 / 아주 작은 몸피라 하여도’ 즉 나의 그리움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여도, ‘무리 지어서는 온 늪을 채워 가는’ -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모든 것을 채우는 ‘저 깊은 푸르름’인 것이다. 나아가 ‘개구리밥’처럼 ‘내 그리움 몇 개’가 ‘그렇게 푸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맞다. 시인은 간절한 그리움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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