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안상학의 <거문도 동백나무>

복사골이선생 2018. 8. 21. 13:28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76)







거문도 동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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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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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가 있었을 적

거문도 동백나무는 대체로 땔감이 되었다

세상 추울 때 꽃 피워 불 밝힌 것도 모자라

아궁이에서 온몸으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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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호관은 아내의 영결사에서

아무리 추워도 꽃나무는 때지 않은 아내를 추모했다

측은지심 지키려는 마음 아내가 도와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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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꽃의 마음이었고

하나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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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남쪽에는 동백나무가 있기에 꽃이 없는 겨울에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 봄빛을 자랑한다. 동백꽃은 향기가 없는 대신 그 빛으로 동박새를 불러 꿀을 제공해 주며 새를 유인한다 하여 흔히 새를 부르는 꽃 - 조매화(鳥媒花)의 하나이다. 동백은 冬柏또는 棟柏을 표음화 한 것이다. 즉 동백은 한자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말이다.

흔히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주로 섬에서 자라며 동쪽으로는 울릉도, 서쪽으로는 대청도까지 분포되어 있다. 육지에서는 고창 선운사 경내에서 자라는 것들이 유명하다. 동백꽃은 대개 붉은빛이나 홍도와 거문도에는 흰 동백꽃이 있어 서상(瑞祥,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라 하여 소중히 보호하고 있다.


안상학의 시 <거문도 동백나무>는 거문도의 동백나무를 소재로 하고 있으나 시의 내용으로 보아 흰동백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알고 있듯이 아궁이가 있었을 적어느 지방을 막론하고 거문도 동백나무는 대체로 땔감이 되었다겨울에는 꽃을 피워 봄빛을 보여주고 꽃이 지고 나면 베어져 땔감이 되었다. 이를 시인은 세상 추울 때 꽃 피워 불 밝힌 것도 모자라 / 아궁이에서 온몸으로 꽃이 되었다고 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꽃을 피운 동백나무이다.


여기서 시인은 고사를 인용한다. ‘능호관은 아내의 영결사에서 / 아무리 추워도 꽃나무는 때지 않은 아내를 추모했다고 하는 것이다. 능호관이 누구인가. 조선후기 문신으로 시, , 화에 능한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 경기도 양주에서는 선양인물로 추앙을 하고 있는 분이다. 아무리 추워도 꽃나무로는 불을 때지 않았다는데 이는 바로 이인상의 동백나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 - ‘측은지심 지키려는 마음이고 남편의 그 마음을 지켜주려 알아서 아내가 도와준 것이다고 한다.


이제 시인은 결론을 내린다. ‘하나는 꽃의 마음이었고 / 하나는 사람의 마음이었다고 한다. 바로 추운 겨울에 꽃을 피워 봄빛을 자랑하는 것은 꽃의 마음이었고, 꽃을 피운 나무를 땔감으로 쓰지 않은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시인은 동백나무 하나를 통해 두 가지 참 본받을 만한 마음을 읽고 있는 것이다. 꽃으로 그리고 땔감으로 꽃피운 동백나무, 그 마음을 알고 땔감으로는 쓰지 않았던 능호관의 마음, 그 마음 지켜주기 위해 실천한 능호관의 아내…… 시를 읽으며 여러 마음들을 본다. 참 아름다운 마음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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