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7)
나도냉이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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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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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못보았을까
봄이면 산야에 지천으로 올라온다는 냉이
장에 가서 사다가
바지락 넣고 국 끓이고
데쳐서 나물 하고
냉이꽃 본 기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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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당 가에 못보던 꽃 피었다
키가 멀대같아 아무래도 토종은 아닌 듯
애당초, 눈여겨 볼 맘 아니어서
무심한 듯, 심심파적
- 너 이름 뭐니
대뜸
나도 냉이다
아, 외로운 나도냉이
오죽했으면 이름조차 나도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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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냉이는 우리 토종 식물로 주로 냇가나 습지에서 자라는데 어린 순은 나물로도 먹지만 줄기가 곧게 서고 가지를 칠 때쯤에는 써서 먹지를 못한다. 키가 큰 것은 높이가 1m 정도까지 자란다. 나도냉이꽃은 5∼6월에 황색으로 가지와 줄기 끝에 피는데 그 명칭은 생김이 냉이와 비슷하다 하여 붙었다고 한다. 나도냉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 이름이 참 섭섭할 것이다. 당당한 이름도 없이 그저 냉이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나도’란 접두어를 붙여 냉이와 한통속으로 혹은 ‘나도 좀 인정해 줘~~!’란 투정으로 인식하니 그렇지 않겠는가.
김해경의 시 <나도냉이 대화법>에는 제목에서처럼 특별한 대화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냉이에 대한 시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시인의 경험담일 것이다. ‘봄이면 산야에 지천으로 올라온다는 냉이 / 장에 가서 사다가 / 바지락 넣고 국 끓이고 / 데쳐서 나물 하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못보았을까’ 즉 ‘냉이꽃 본 기억 없다’고 한다. 시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냉이는 기억해도 냉이꽃은 알아보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냉이 철이 지나면, 즉 냉이가 자라 꽃을 피울 때쯤이면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떠난 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물로서 냉이가 아닌 냉이꽃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시인의 또다른 경험이 소개된다. ‘강원도 동당 가에 못보던 꽃 피었다 / 키가 멀대같아 아무래도 토종은 아닌 듯’하다 했는데 실은 토종이다. 눈여겨 본 적이 없고 관심이 없었기에 꽃을 보고는 처음 보는 것으로 느낀 것이다. 시인 자신도 말하고 있듯이 ‘애당초, 눈여겨 볼 맘 아니어서 / 무심한 듯, 심심 파적 / - 너 이름 뭐니’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실제 꽃에게 물은 것이 아니라 식물도감을 찾아봤거나 아니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었을 것이다. ‘대뜸 / 나도 냉이다’란 답을 들었다. 그때에서야 시인은 자각한다. ‘아, 외로운 나도냉이’라고, 나아가 ‘오죽했으면 이름조차 나도냉이’일까 하고 나도냉이의 처지를 동정하는 것이다.
시인의 입장에서야 냉이꽃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나도냉이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름을 알고 나니 냉이꽃을 알게 되고 나도냉이꽃의 이름에서 유래한 그 꽃의 처지까지 시인의 가슴을 울려 미안함이 나타나는 것이리라. 전에는 몰랐던 꽃의 이름을 알고, 게다가 그 이름의 유래까지 알고는 측은지심 혹은 동병상련일지도 모를 감정을 느끼는 시인 - 그 마음이 아름답지 않은가. ‘오죽했으면 이름조차’에 바로 그런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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