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유금옥의 <냉이꽃>

복사골이선생 2018. 8. 21. 13:35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80)







냉이꽃

 

유금옥

 

마당가에 냉이꽃이 피었습니다

냉이꽃 저만치 조그만 돌멩이가 있습니다

 

돌멩이는 담장 그늘이 외로워서

냉이꽃 곁으로 조금씩 조금씩 굴러오는 중입니다

종달새도 텅 빈 하늘이 외로워서

자꾸 땅으로 내려오는데

 

그것도 모르는 냉이꽃이

냉이꽃이 종달새를 던지는 봄날입니다

 

 

흔히 동시(童詩)라고 하면 어린이들이 쓴 시를 생각한다. 그러나 어른이 어린이 눈높이로, 어린이의 마음으로 쓴 시를 가리킨다. 그래서 때로는 어린이의 사고라고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를 만나게 되는데, 그럴 경우 동시라고 썼지만 실패한 경우일 것이다. 동시라는 갈래 명칭이 붙으려면 시의 내용은 물론 표현까지 어린이의 마음과 시각이 잘 배어 있어야 한다.

유금옥의 <냉이꽃>을 읽어보면 어린이다운 사고와 표현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러니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많이들 냉이는 알아도 냉이꽃은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봄나물로서 냉이는 들에서 캐다가 요즘은 시장에서 사다가 봄철 음식으로 많이들 먹기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철이 지나고 나면 냉이는 관심에서 사라진다. 그럴 때에 냉이꽃이 피기에 그 꽃이 냉이꽃인지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 속 어린이 화자는 국으로 나물로 먹는 냉이가 아니라 냉이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마당가에 냉이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런데 화자의 눈에 냉이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냉이꽃 저만치 조그만 돌멩이가 있다고 한다. 화자의 눈에는 돌멩이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담장 그늘이 외로워서 / 냉이꽃 곁으로 조금씩 조금씩 굴러오는 중이란다. 마당에서 놀고 있는 냉이꽃, 그 옆의 돌멩이…… 화자에게 이들은 함께 놀 수 있는 아주 친근한 동무들이다.


냉이꽃과 돌멩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종달새도 텅 빈 하늘이 외로워서 / 자꾸 땅으로 내려오려 한다. 물론 실제 상황은 그냥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찾아 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화자의 눈에는 돌멩이가 그러듯이 종달새도 텅 빈 하늘이 외로워서냉이꽃이나 돌멩이와 함께 놀고자 내려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달새의 그 속마음을 냉이꽃은 알지 못한다. 그러니 냉이꽃이 종달새를 던지는 봄날이라는 것이다. 그 표현이 재미있다. ‘그것도 모르는 냉이꽃이 / 냉이꽃이 종달새를 던지는 봄날입니다라고 냉이꽃이 두 번 나온다. 여기서 화자의 시각은 냉이꽃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땅으로 내려오려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종달새를 화자는 냉이꽃이 종달새를 던지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것도 모르는에 종달새의 섭섭함까지 표현해 놓았다.


냉이꽃, 돌멩이 그리고 종달새로 이어지면서 마지막에는 냉이꽃의 행위가 전개된다. 그런 모습의 마당 풍경 - 그것이 봄날이란다. 참 평화롭다. 그것은 세 가지 소재에 대한 어린이의 시각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돌멩이와 종달새가 그늘과 하늘이 외로워 냉이꽃 곁으로 오려는 것으로 생각했을꼬. 게다가 종달새가 날아오는 것을 냉이꽃이 종달새를 던진 것으로 생각한 어린이의 시각이 재미있지 않은가.

어린이의 어휘로, 어린이의 사고로 봄날 마당 한 구석 풍경이 참 아름답고 평화롭게 잘 그려져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무리 평생 어린이 교육을 해 오신 분이라 하더라도 어쩌면 환갑진갑 다 지난 어른이 이런 마음을 가질 수가 있는지…… 그 맑은 마음이 참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