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진경의 <이팝나무 꽃 피었다>

복사골이선생 2018. 8. 21. 14:41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02)







이팝나무 꽃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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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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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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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러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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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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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눈물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

이팝나무 한 그루

먼 곳에서 몸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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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세상에서 이켠으로

가까스로 가지 뻗어

경계를 찢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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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같이 하얀 꽃 가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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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 이팝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정원수나 공원수, 가로수로 많이 자라고 있다. 5~6월에 흰꽃이 피는데 그 모양이 멀리서 보면 이팝(쌀밥)을 연상시킨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향기로운 백색 꽃이 20여 일간 잎이 안 보일 정도로 나무 전체에 피었다가 가을이면 콩 모양의 보랏빛이 도는 타원형 열매가 겨울까지 달려 있는데 현재 전국에 여러 그루의 이팝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과 그 인연이 깊다.

김진경의 시 <이팝나무 꽃 피었다>에도 이팝나무는 밥과 연결된다. 다만 그 사이에 어머니가 있다. 전체 두 개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연에서는 어머니의 임종 그리고 둘째 연에서는 이팝나무 꽃으로 피어난 어머니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시 속 화자의 어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기력이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때에도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밥을 차려주려는 듯 ‘“?”’하는 소리를 하며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셨단다. 그러나 기력이 소진한 몸, ‘마지막 밥 한 그릇 /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셨고, 그것이 서운한지 /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셨단다.

그렇게 어머니는 가시고 맞이한 초여름, 이팝나무에서 밥알같이 하얀 꽃 가득 피었단다. 화자는 돌아가시면서도 자식들 밥을 챙기려한 어머니의 ?”하는 소리를 기억하며 마치 흰 쌀밥을 퍼 놓은 것 같이 피어 있는 이팝나무 꽃을 바라본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흘린 그 눈물 /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이팝나무가 먼 곳에서 몸 일으켜 꽃을 피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아가 저승에 가신 어머니가 먼 세상에서 이켠으로 / 가까스로 가지 뻗어이승에 두고 온 자식들과의 경계를 찢는 듯이 보인다.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여 휘어진 어느 가지가 눈에 들어왔고 화자에게는 그것이 마치 어머니가 손을 뻗은 것으로 보였음이 분명하다.


시 속 화자는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팝나무 꽃 - 이팝 - 어머니가 말했던 ?”’을 어찌 연결했겠는가. ‘진지 드셨습니까?’, ‘밥 먹었냐?’는 물론이거니와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바로 우리들이 안부를 묻는 인사이다. 그만큼 밥은 인간관계를 이어준다. 친구들이나 직장에서도 그러할진대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임종을 앞둔 몸으로도 자식들 밥을 챙기려는 어머니의 마음, 바로 그것이 자식들을 향한 어머니의 무궁한 사랑이다.


그런데 화자의 그런 마음을 읽으면서도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든다. 어찌 이팝나무 꽃을 보며 흰 쌀밥을 고봉으로 담아놓은 것으로 상상을 했을까.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고봉으로 담은 흰 쌀밥에 고깃국 먹는 것이 소원이었던 가난한 민족이 아니던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떡가루로 상상했던, 배고픈 우리 민족의 한이 이팝나무 꽃이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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