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내식의 <자라풀꽃>

복사골이선생 2018. 8. 23. 23:14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03)






자라풀꽃

) --> 

― ​김내식

) --> 

자라 보다 기인 목이 물속에서

고개를 쏘옥 내밀어

) --> 

물 위에 시를 쓴다

하늘하늘

) --> 

구름이 끌고 가다

놓아 버린다

) --> 

) --> 

자라풀은 외떡잎식물 소생식물목 자라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연못, 도랑 혹은 늪에 자생하는 수중식물로 높이 1m 안팎으로 자라지만 물의 깊이에 따라 길어지며 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고 턱잎이 자란다. 잎을 뒤집어보면 볼록한 스펀지 같은 공기 주머니가 있는데 이것이 자라 등을 닮았다 하여 자라풀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혹자는 잎이 미끈하고 윤기가 나는 모양을 자라에 비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7월말에서 10월까지 흰색 바탕에 가운데에 노란 꽃술이 피는데 관상용으로 심는다.

김내식의 시 <자라풀꽃>은 이러한 자라풀꽃의 외양에 주목한다. 시인의 눈에는 자라 보다 기인 목이 물속에서 / 고개를 쏘옥 내밀어자라풀꽃이 핀 것으로 파악한다. 그냥 목이 아니라 기인목이다. 더 길게 느껴진다. 실제 자라풀꽃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 구절에 공감을 할 것이다. 가늘고 긴 꽃대를 자라목보다 긴 것으로 파악하고 그것이 바로 고개를 쏘옥 내밀어 꽃을 피운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꽃만 피는 것이 아니라 물 위에 시를 쓴다고 한다. 그것도 하늘하늘시를 쓴다. 자라풀꽃이 물 위에 꽃을 피운 모습 - 이를 물 위에 시를 쓴 것으로 파악하는 시인, 화자가 시인이기에 그러하리라. 그런데 시를 쓴 모습까지 시적이다. ‘하늘하늘이 그렇다. 그런데 이는 다시 다음 연으로 이어진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자라풀꽃을 끌고 가다 / 놓아 버린다고 한다. 하얀 꽃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 - 구름을 따라가는 것으로 파악한 시인의 눈에 이내 구름과 꽃이 분리된다. 이를 구름이 꽃을 놓아버린 것으로 파악한 것이리라.


자라풀꽃을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시를 읽자마자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자라풀꽃을 구름이 끌고 가다가 놓아버렸다는 시인의 인식, 그의 상상력만이 아니라 이런 표현이 참으로 시적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