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이영광의 <나팔꽃>

복사골이선생 2018. 10. 25. 14:00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47)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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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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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난 대추나무를 친친 감고 올라간 나팔꽃 줄기, 그대를 망설이면서도 징하게 닿고 싶던 그날의 몸살 같아 끝까지 올라갈 수 없어 그만 자기의 끝에서 망울지는 꽃봉오리, 사랑이란 가시나무 한그루를 알몸으로 품는 일 아니겠느냐 입을 활짝 벌린 침묵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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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은 인도가 원산지인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관상용으로 심지만 길가나 빈터에 야생하기도 한다. 줄기는 아래쪽을 향한 털들이 빽빽이 나며 길게 뻗어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왼쪽으로 3m 정도 감아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고 둥근 심장 모양이고 잎몸의 끝이 보통 3개로 갈라진다. 꽃은 7~8월에 피며 푸른색을 띤 자주색, 흰색, 붉은색 등 여러 가지 색으로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에 1~3송이씩 달린다. 열매는 꽃받침 안에 있으며 3칸으로 나누어진 둥근 삭과이다. 꽃의 외양이 나팔을 닮았다 하여 나팔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영광의 시 <나팔꽃>은 이 꽃을 사랑의 열정으로 해석한다. 첫 행은 단순한 사실 묘사이다. ‘가시 난 대추나무를 친친 감고 올라간 나팔꽃 줄기란 한다. 시인은 대추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나팔꽃의 생태를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로 파악한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끝내는 징하게 닿고 싶던 그날의 몸살 같아휘감고 오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끝까지 올라갈 수 없. 나팔꽃의 생태가 높이 3m 정도이니 그 이상은 오르지를 못한다. 그러니 오르고 오르다 결국 나팔꽃은 그만 자기의 끝에서꽃봉오리로 망울진다.

여기서 시인은 사랑의 의미를, 아니 사랑하는 행위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바로 사랑이란 가시나무 한그루를 알몸으로 품는 일이라고. 여기에 덧붙여 나팔을 닮았지만 나팔처럼 소리를 내지는 못하는 꽃을 통해 입을 활짝 벌린 침묵이라 인식하는 것이다. 가시에 가시가 났다는 것은 그만큼 외부의 접근을 막는 의미이다. 그러나 나팔꽃은 가시가 난 나무를 알몸으로 품는다.’ 사랑이 없으면 결코 시도하지 못할 일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말을 하지 못하는 마음은 어떠할까. ‘징하게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까. 나팔을 닮았다지만 나팔처럼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입만 벌린 나팔꽃을 보며 어찌 사랑의 열정을 생각했을까. 어쩌면 시인은 지금 사랑의 몸살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랑한다면 비록 가시 달린 나무라 하더라도 알몸으로 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비록 입을 활짝 벌린 침묵이요, 오르고 오르다 꽃봉오리로 망울지더라도 대추나무는 그것이 사랑임을 알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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