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변계수의 <백목련>

복사골이선생 2018. 10. 27. 03:56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49)







백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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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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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피고 있다

환하다

설움의 바다로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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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가지에

지평선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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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면 필수록

외로워지는 백목련

꽃잎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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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이 섬뜩하다

꽃에게 버림받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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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木蓮)’은 중국 원산의 미나리아재비목 목련과의 낙엽교목으로 큰 것은 높이 15m까지 자란다. 줄기껍질은 회백색이며, 어린 가지와 겨울눈에 눌린 털이 많다. 잎은 넓은 도란형으로 양면에 털이 있으나 차츰 없어진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피며 종 모양으로 흰색을 띤다. 꽃이 목련과 비슷하지만 흰색이어서 백목련이라고 하는데 관상용 혹은 조경용으로 정원이나 공원에 많이 키운다.

변계수의 시 <백목련>에서는 이 꽃을 순백의 아름다움보다는 설움그리고 어두움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들은 흰색을 통해 순결, 순수 등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시인은 달리 바라본다. 물론 화자의 눈에도 백목련이 한창 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화자도 환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환함을 설움의 바다로 고였다고 한다. 한창 피고 있는 백목련, 주변까지 환할 정도로 흰빛을 드리우는데 그 흰빛이 오히려 서럽단다.

2연에서는 반대로 표현한다. ‘텅 빈 가지에 / 지평선이 어둡다고 한다. , 그래 백목련은 피는 것도 순간이지만 지는 것도 금방이다. 피는가 싶으면 어느새 한 잎 두 잎 꽃잎이 떨어진다. 아름다운 흰색이지만 지는 모습은 참으로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가지에 피는 꽃이 피는 순간 져버려 가지가 비어 있는 모습인 모양이다. 흰빛으로 주변을 밝게 드리우던 꽃이 졌으니 지평선까지 어둡지 않겠는가.


그러니 피면 필수록 / 외로워지는 백목련이다. 먼저 핀 꽃이 져버렸기에 새로 핀 꽃은 혼자다. 외로울 수밖에 없다. 이런 외로움에 꽃잎은 떨고 있을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 속 화자의 눈시울이 섬뜩하다고 한다. 얼마나 섬뜩하면 꽃에게 버림받은 나라고 했을까.

흰색이 반드시 순결이나 순수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슬픔 혹은 우수(憂愁)를 자아내기도 한다. 게다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미지로 느껴질 것이다. 남들은 다 순결 혹은 순수한 이미지로 바라보는 백목련의 자태를 화자는 어두운 지평선 혹은 서러운 바다로 바라본다. 화자의 현재 심리가 그런 것이리라.


그런데 이상하다. 지금껏 순수 혹은 순결의 이미지로만 바라보았던 백목련의 자태가 왜 이 시를 읽고 나서는 우수어린 슬픔으로 보이는 것일까. 그렇게 바라보니 정말 내가 꽃에게 버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목련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하여 독자에게 보여주는 이 시의 힘이리라.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깨는 전혀 낯선 이미지로 보여주는 표현들 - 흔히 낯설게하기의 한 기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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