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용오의 <사철 채송화>

복사골이선생 2018. 12. 10. 06:40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77)






사철 채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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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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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살면서 한 것 중에 그래도 자랑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후덕한 장봉도 민박 아줌마로부터 진한 갯벌 냄새로 포장을 한 너를 몇 그루 분양받은 일이었다. 찬바람 속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고 줄기를 잘라 아무데나 꽂아도 쑥쑥 잘 자란다는 타고난 성품이 좋아 쓸쓸하고 적막한 내 가슴뜰 한구석에 등불을 달듯 한 번 쯤 몰래 옮겨 심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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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몇 그루 가족으로 받아들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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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채송화는 남아프리카 원산으로 중심자목 석류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줄기는 밑 부분이 나무처럼 단단하고 옆으로 뻗으면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데 잎은 마주나고 두꺼운 육질이며 원통 모양으로 높이 약 20cm로 자란다. 추위에 강해 사철 푸르기에 사철채송화라 부르는데 잎이 솔잎과 비슷하고 꽃이 국화를 닮아 송엽국(松葉菊)’이라고도 하며 전 세계에 약 200여 종의 변종이 있다고 한다. 꽃은 46월에 붉은빛을 띤 자주색 혹은 붉은색, 흰색 등으로 무리지어 피는데 햇볕이 있을 때 피었다가 저녁에는 오므라든다. 관상용으로 많이 심으며 번식은 주로 꺾꽂이로 한다.

김용오의 시 <사철 채송화>에서 시인은 이 꽃을 얻은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시 속에서 화자는 살면서 한 것 중에 그래도 자랑할 만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바로 장봉도 민박 아줌마로부터사철 채송화 몇 그루를 분양받은 일이란다. 화자는 사철 채송화를 진한 갯벌 냄새로 포장을 한것으로 인식한다. 게다가 찬바람 속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는 점 그리고 줄기를 잘라 아무데나 꽂아도 쑥쑥 잘 자라는 특성을 좋아한다.

즉 화자에게 사철 채송화는 장봉도란 지리적 특성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진한 갯벌 냄새가 나는 꽃, 바로 바다 냄새가 나는 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름 그대로 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어쩌면 소나무에 견줄 지조를 보이지만 그렇다고 성격이 까다롭지도 않다. 줄기를 잘라 어느 곳에 꽂아도 잘 자라니 어떤 환경이든 잘 적응하는 꽃이다.


그래서 화자는 이 꽃을 쓸쓸하고 적막한 내 가슴뜰 한구석에 등불을 달듯 한 번 쯤 몰래 옮겨 심어 보려고한다. 그렇기에 장봉도 민박 아줌마에게서 받은 사철 채송화 너를 몇 그루 가족으로 받아들인 일이 살면서 잘한 일이라는 말이다. 시 속에서 화자가 전해주는 사철채송화를 얻게 된 내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사철 채송화를 얻어 온 일을 왜 지금까지 살아오면 한 일들 중에 잘한 일로 여기느냐에 있다.

물론 화자가 전해주는 사철 채송화의 특성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사철 채송화에서근 바다 냄새가 난다. 다음으로 사철에 나오듯 추위를 이겨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다. 소나무 잎을 닮았다 하여 송엽국이라 부르는 것에서도 연상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떤 환경에도 쉽게 뿌리를 내리는 적응력이다. 화자는 쓸쓸하고 적막한 내 가슴뜰이라 했다. 사철 채송화의 특성과 대비된다.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사철 채송화의 특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 자신의 가슴뜰 한구석에 등불을 달 듯 옮겨 심어보려는 것이다. 사철 채송화를 닮고 싶다는 뜻이지 않을까. 바로 사철 채송화의 특성을 닮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이런 소망을 더욱 선명하게 해 주는 말이 바로 연을 달리하여 말하는 가족으로 받아들인 일이다. 가족 - 사철 채송화를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말이니 얼마나 아끼고 정을 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비록 쓸쓸하고 적막한 가슴의 화자이지만 사철 채송화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그를 닮고 싶어 하는 화자의 소망. 시를 읽고 보니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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