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류인서의 <가시연꽃>

복사골이선생 2018. 12. 11. 23:51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79)





가시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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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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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여준 여름 늪지 가시연꽃은 새를 닮았다

봐라, 물의 꽃대 위에 꽁꽁 묶여있는 저것

가시 숭숭한 큰칼을 목에 쓴 사나운 새 한 마리 물 한가운데 갇혀있다

새는 부어오른 목을 바짝 하늘로 치켜든 채 고통스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내가 아직, 찢어져 꽃핀 저 소리의 갈래길을 헤아리고 있는 동안

검은 울대 위에 얹힌 새의 머리는 피묻은 가시관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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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은 수련과의 일년생 수생식물로 개연혹은 철남성이라고도 하는데 과실과 잎에 가시가 있는 연꽃이라 하여 그렇게 부른다. 특히 잎과 열매 그리고 꽃대에는 가시투성이이다. 78월에 꽃자루가 물 위로 올라와 끝에 지름 4cm 정도의 자줏빛 꽃이 피는데 꽃자루는 종종 잎을 뚫고 올라오기도 한다. 꽃은 1014시 사이 낮에는 벌어졌다가 밤에는 닫힌다. 이런 개폐운동을 3일간 지속하다가 물속으로 들어가 종자를 형성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북으로 강릉까지 연못에 자생하였으나 수질 오염에 특히 민감하여 현재는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류인서의 시 <가시연꽃>은 이 꽃 외양의 특징을 시인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하고 있다. 시인은 가시연꽃은 새를 닮았다고 한다. ‘당신이 보여준 여름 늪지에서 본 것이기에 당신에게자신의 눈이 정확하게 보았다는 듯이 봐라, 물의 꽃대 위에 꽁꽁 묶여있는 저것가시연꽃을 가리키며 가시 숭숭한 큰칼을 목에 쓴 사나운 새 한 마리 물 한가운데 갇혀있다고 한다. 꽁꽁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가시가 달린 큰칼까지 쓰고 있으니 새이기는 하지만 날지 못하는 새이리라. 새라면 날아야 한다. 그런데 날지 못한다면 새의 본성을 잃어버린 것이 된다.

새는 묶여 있었고 더구나 큰칼을 쓰고 있기에 부어오른 목을 바짝 하늘로 치켜든 채 고통스런 울음을 터뜨린단다. 고통스런 울음을 터뜨린다고? 맞다 힘겹게 꽃을 피우는 것이리라. 그런데 여기서 시인은 그렇게 힘겹게 피어나는 보랏빛 가시연꽃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 본다. 찢어져 꽃핀 저 소리의 갈래길을 헤아리는 것이리라.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바로 검은 꽃대 위에 얹힌 새의 머리 즉 가시연꽃은 피묻은 가시관을 닮아간다고 한다.

잎을 뚫고 막 올라온 꽃대 위에 맺힌 가시연의 꽃봉오리는 정말 새를 닮았다. 물 한가운데 갇혀있으니 날지는 못한다. 그 모습이 묶여 있거나 아니면 큰칼을 쓰고 있는 듯이 보인다. 비록 날지 못하고 묶여 있는데다가 큰칼까지 쓰고 있으니 고통스런 울음, 즉 고통스럽게 꽃망울을 터뜨린다. 꽃잎을 벌려 활짝 피어나는 가시연꽃 - 마치 가시관을 쓴 새의 머리 같다. ‘사나운 새 한 마리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리라.

시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가시연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독자는 시를 읽으며 금방 눈앞에 정말 가시연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만큼 시인의 묘사가 감각적이다. 묶여 있는 새, 큰칼을 쓰고 있는 새의 머리 - 바로 가시연꽃 봉오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활짝 피어나면 정말이지 가시관을 쓰고 있는 새의 머리이다. 날아야 하는 새가 날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뜻이리라. 그렇기에 고통스런 울음으로 꽃을 피우고 가시관을 쓴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는 가시연꽃 - 시인의 예리한 시선이 놀랍기만 하다.


흔히 어떤 사물을 시로 노래할 때 먼저 그 사물의 구체적 모습 혹은 생태에 주목한다. 그리고는 시인의 예리한 눈에 보이는 그 사물의 특징 혹은 시인만이 느낀 감정을 그려낸다. 그렇게 볼 때에 이 시는 시인만의 감각으로 멋지게 가시연꽃을 그려내어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시라 할 수 있다. 날지 못하는 새, 묶여 있거나 큰칼을 쓰고 있는 새의 머리 그리고 활짝 피어오른 가시연꽃을 가시관을 쓴 새의 머리로 본 시인의 눈이 참 감각적이지 않은가.

시를 읽다가 가시연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었나 하고 다시 눈앞에 그려보게 된다. 시인의 그 감각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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