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선태의 <산벚꽃>

복사골이선생 2019. 1. 4. 03:40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99)





산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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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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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적막한 산인가 했더니

산벚꽃들, 솔숲 헤치고

불쑥불쑥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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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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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손을 쳐드니

불현듯, 봄산의 수업시간이

생기발랄하다

까치 똥에서 태어났으니

저 손들 차례로 이어보면

까치의 길이 다 드러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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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떨어진 자리가

이렇게 환할 수 있다며

또 한번 여기저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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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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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속의 낙엽교목으로 우리나라 전역의 높은 산 숲 속에 자라는 큰키나무이다. 큰 것은 높이 25m에 달할 정도로 아주 커서 가구재, 건축재, 조각재, 악기재, 장식용 등으로 많이 활용된단다. 벚나무 열매 버찌를 먹은 까치가 산에 배설하며 퍼졌다는 속설이 있으나 속설일 뿐, 식물학자의 말에 따르면 벚나무와 형태적으로 유사하여 성숙한 잎과 잎자루에는 털이 발달하지만 어린잎과 잎자루에 털이 없는 점이 벚나무와 다르다고 한다. 꽃은 4~5월에 대부분이 흰색 또는 종종 연홍색으로 피며 꽃잎은 둥글지만 향기는 없단다. 열매는 핵과로서 공 모양이며 6~8월말까지 검은빛으로 익는데 먹을 수 있으며, 나무 밑둥이 굵고 그 모양이 기묘하여 관상용, 특히 분재나 괴목으로 널리 애용된다고 한다.

산벚꽃은 바로 이 산벚나무의 꽃으로 김선태의 시 <산벚꽃>에서는 이 꽃을 교실의 아이들로 그려낸다. 시를 보자. 시 속 화자가 산행을 하며 높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며 온통 적막한 산인가 했더란다. 그런데 문득 산벚꽃들이 소나무 숲을 헤치고 불쑥불쑥 나타나 // 저요, 저요! // 흰손을 쳐들었단다. 산 속에서 적막함을 느끼고 있을 때 마침 소나무 숲을 지나고 보니 곧바로 보이는 하얀 산벚꽃들 -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려 손을 드는 아이들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화자는 그 모습을 보며 불현듯, 봄산의 수업시간으로 상상이 되고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학습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니 생기발랄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모양이다. 여기서 화자는 산벚꽃이 생긴 유래를 생각한다. 버찌를 먹은 까치가 산에 배설하여 그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이 돋은 것이 산벚나무라는 속설 - 그러니 화자는 산벚꽃을 까치 똥에서 태어났다고 보고는 저 손들 차례로 이어보면 / 까치의 길이 다 드러나겠단다. 아이들이 쳐든 흰손은 하얀 손이 아니라 바로 하얀 산벚꽃들이다. 그 산벚꽃들을 쭈욱 이어보면 까치의 길이 드러나겠다는 시인의 상상력이 그럴 듯하다.


화자는 다시 산벚나무 유래와 관련된 속설을 산벚꽃과 연결시킨다. ‘똥 떨어진 자리가 / 이렇게 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디 똥이란 더러운 것이다. 그러니 산까치가 똥을 눈 자리라면 더러워야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산벚나무가 싹이 트고 자라 이렇게 환한 산벚꽃을 피웠다. ‘벚나무 - 버찌 - 산까치 - 배설 - 산벚나무 - 산벚꽃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까지 그리며 산벚꽃의 아름다움을 환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 그 환한 모습 속에 또 한번 여기저기서 // 저요, 저요!’ 손을 드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산벚나무의 유래와 관련된 속설, 그리고 산벚꽃이 핀 모습에서 저요 저요!’ 손을 드는 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는 화자의 통찰력과 상상력이 그럴듯하지 않은가. 게다가 학생들이 손을 들며 외치는 소리 저요, 저요!’를 한 행이 아니라 독립된 연으로 배치하여 산벚꽃이 활짝 핀 모습으로 그려내는 감각 또한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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