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최두석의 <명이>

복사골이선생 2019. 1. 7. 02:00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01)




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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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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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별미의 나물이지만

예전에는 섬사람들 목숨을 잇게 해서

명이라 부른다는

울릉도 산마늘잎 장아찌

밥에 얹어 먹으며 문득

세상에는 참 잎도 많고

입도 많다는 것 생각하네

세상의 곳곳에서

기고 걷고 뛰고 날며

혹은 헤엄치며

하염없이 오물거리는 입들

과연 잎 없이 입 벌릴 수 있을까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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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茗荑)’산마늘을 울릉도 사람들이 일컫는 말로, ‘산마늘은 수선화과 산마늘속 다년생식물로 극동 러시아와 중국, 한국, 일본 등지의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산나물이다. 마늘 맛과 향이 난다 하여 산에서 나는 마늘이란 뜻으로 산마늘이라 했단다. ‘명이라는 이름은 울릉도에서 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으면 산에 올라 캐 먹어 춘궁기에 명을 이을 수 있었다 하여 부른 이름이라고 한다. 본디 울릉도의 해발 800m 이상 지역에 자생하던 산마늘은 육류, 특히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고 섬유질이 많으며 항암작용은 물론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웰빙 시대를 맞아 강원도와 경상도는 물론 전라도에서도 널리 재배되고 있다.

최두석의 시 <명이>는 바로 이 나물의 이름을 통해 생존문제를 통찰해낸다. 시인은 예전에는 섬사람들 목숨을 잇게 해서 / 명이라 부른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별미의 나물이라 단정한다. 시인 역시 울릉도 산마늘잎 장아찌 / 밥에 얹어 먹다가 산마늘의 잎이란 점에서 문득 / 세상에는 참 잎도 많다는 생각을 한다. 이어 에서 유추하여 발음이 유사한 을 생각하고 입도 많다는 것 생각한다.

생각이 에 다다른 시인은 입의 기능 중 먹다말하다에까지 나아가 이제 생명 유지 그리고 생존의 문제까지 생각한다. ‘세상의 곳곳에서 / 기고 걷고 뛰고 날며 / 혹은 헤엄치며 / 하염없이 오물거리는 입들이라 하는데 여기서 오물거리는 입들은 생명 연장을 위해 먹는 입, 즉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 여러 분야에 자신의 의견을 내고 때로는 강하게 요구하는, 말을 하는 이기도 하니 이는 표현의 자유까지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인은 과연 잎 없이 입 벌릴 수 있을까란 사유에 이른다.

이 시의 핵심은 잎 없이 입 벌릴 수 있을까란 마지막 행이다. 시인의 사유는 오물거리는 입들을 통해 우선은 으로 상징되는 음식을 먹어야 즉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을 먹고 생존해야 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정치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불거지면 정치인이나 논객들이 저마다의 말을 쏟아낸다. 그럴 때 종종 이 시 속 이 거론되는데, 독자들은 굳이 이 시를 정치사회적으로 뭔가를 상징한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산마늘 - - - 먹는 입 - 말하는 입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통찰력을 따라가며 그 을 통해 시인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만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이 시가 무엇을 말하고 있다고? 그것은 이 시를 읽은 독자의 가슴 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진술이지만 명이에서 산나물로, 다시 잎에서 입으로 나아가는 깊은 사유를 보여주는 시인의 내공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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