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박권숙의 <민들레꽃>

복사골이선생 2019. 1. 9. 06:05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04)



민들레꽃

 

박권숙

 

원래 우리 어머니는

무사의 후예였다

 

매복의 작은 횃불로

들을 환히 태우다가

 

머리가

하얗게 세면

달을 향해 활을 쏜다

 

 

민들레는 우리나라 원산의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 반그늘이나 양지에서 토양의 비옥도에 관계없이 잘 자란다. 키는 10~30이고, 잎은 길이가 20~30, 폭은 2.5~5이고, 뿌리에서 나와 옆으로 퍼지며 뾰족하고 잎 몸은 깊게 갈라지고 갈래는 6~8쌍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잎과 길이가 비슷한 꽃대 끝에 두상화가 1개 달린다. 꽃대에는 흰색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고 두상화 밑에만 털이 남는다. 봄에 어린 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한방에서는 꽃피기 전의 식물체를 포공영(蒲公英)이라는 약재로 쓴다.

박권숙의 시조 <민들레꽃>은 이 꽃을 전사의 후예로 보고 있다. 시 속 화자인 민들레꽃은 초장에서 원래 우리 어머니는 / 무사의 후예였다고 한다. 어머니가 무사의 후예였으니 민들레꽃 역시 그 후예가 되리라. 민들레꽃은 자라 꽃을 피워서는 매복의 작은 횃불로 / 들을 환히 태운단다. 민들레 군락에 가 보면 노란 불빛들이 들판에 퍼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인의 눈에는 작은 횃불들이 들은 태우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게 들을 태우다가 머리가 / 하얗게 세면 / 달을 향해 활을 쏜다고 한다. 머리가 하얗게 센다는 것은 꽃이 아니라 민들레 씨방일 것이요 활은 바로 홀씨이리라. 그런데 어째 시인의 눈에는 민들레 홀씨들이 화살로 보였을까. 게다가 달을 향해 화살을 쏜다니. 흔히 바람에 날린 민들레 홀씨들이 떨어져 종자를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달을 향해 어떻게 상상을 했기에 화살을 쏘는 것으로 보였을까.

초장에서 어머니가 무사의 후예였다고 했으니 이는 화살과 연결이 된다. 그런데 달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 홀씨는 무슨 뜻일까. 물론 구체적 의미는 시인만이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일반 독서대중들의 상상력과는 거리가 먼 시인만의 아주 특별한 시적 체험이 민들레를 그렇게 보게 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시인의 그 특별한 체험을 모르는 독자들로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발휘해야 할 것이 독자의 상상력이다. 달의 의미 그리고 달을 향해 화살을 쏘는 행위의 의미이다. 게다가 무사의 후예와도 연결하여야 한다. 그렇게 보면 매복이란 단어와 들을 태우는 행위로 보아 영화 속 전투의 한 장면으로 연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그리움, 큐피드 화살, 욕망, 질투…… 등 독자들마다 가슴에 남는 이미지들은 다 다르리라. 시인의 상상력이 워낙 특수한 것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지 않은가. 꽃을 전사의 후예로 본 것부터 민들레 홀씨들이 날리는 것을 보고 달을 향해 화살을 쏘는 것으로 인식한 시인의 상상력이 참 멋지다. 이처럼 시인은 남다른 눈으로 꽃을 보고 더더욱 남다른 상상력으로 꽃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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