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하청호의 <파>

복사골이선생 2019. 1. 11. 06:46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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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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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를 심었다

깊은 밭고랑에 파가 기대도록

복을 돋우었다

비스듬히 늘려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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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놀라워라

파는 제 몸을 창끝으로 세워

푸르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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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산 백일홍 꽃망울들이

핏빛으로 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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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누울 수 없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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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중국 서부 원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중요한 채소로 재배하고 있다. 높이는 60cm가량까지 자라는데 잎은 대롱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의 잎집도 대롱모양으로 안의 잎을 감싸고 있으며 약간 흰빛이 도는 초록색이다. 꽃줄기도 대롱모양으로 잎과 길이가 같으며 초록색에 흰빛이 도는 작은 공모양의 꽃이 핀다. 잎에는 독특한 냄새와 맛이 있어 음식의 맛을 더하는 데 쓰이며 흔히 항균, 해독, 대소변불통, 두통, 감기, 소화불량 등에 효험이 있는 채소로 알려져 있다.

하청호의 시 <>의 외양을 통해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읽어낸다. 전체 네 연으로 구성된 시는 첫 연에서 피를 심는 과정 그리고 이후 파가 자라는 모습을 묘사하고 파의 외양에서 그 의미를 밝혀낸다. 시 속 화자가 파를 심었다는데 깊은 밭고랑에 파가 기대도록 / 복을 돋우비스듬히 늘려 심었단다. 파의 모종을 가져와 고랑을 파고 심었던 모양이다. 나무가 아니라 풀이고 가늘게 보였으니 복을 돋우어 기대게 함으로써 파가 휘어지거나 꺾이지 않게 했단다. 지혜로운 파종 방법이리라.

그런데 며칠 후, 놀라워라한다. 왜냐하면 파는 제 몸을 창끝으로 세워 / 푸르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꺾일까 아니면 휘어질까를 염려하여 복을 돋우어 거기에 기대어 곧게 자라기를 기대했는데, 며칠 후에 보니 복을 돋우어 줄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파는 복에 기대지 않고 홀로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서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이를 창끝으로 세워라 한다. 그만큼 날카롭고 곧다는 뜻이다.


화자만 놀라는 것이 아니다. ‘주위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창끝을 세우듯 곧게 서 있는 파를 보며 그 의지 혹은 뜻을 알았는지 산 백일홍 꽃망울들이 / 핏빛으로 터지고 있었단다. 물론 화자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는 의미이다. ‘산 백일홍이라니 - 배롱나무를 가리킨다. 붉은색과 흰색도 있지만 분홍색이 많다. 그런데 배롱나무의 꽃망울들이 핏빛으로 피었다는 것은 그만큼 창끝을 세운 것 같은 파의 모습에 대한 경이로움이리라. 그렇기에 화자는 한 행으로 된 마지막 연에서 파를 결코 누울 수 없는 자라 칭하지 않겠는가.


파를 파종하며 복을 돋운 것은 화자의 기우였다. 겉보기에 부드러운 풀이니 쓰러지거나 휘어질 것을 염려하여 복을 돋아 주었는데, 그 복에 기대지 않고 곧게 하늘을 향해 서서 자라는 파. 그 모습은 화자의 눈에 제 몸을 창끝으로 세워 / 푸르게 서있는 것으로 보였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바로 파는 결코 누울 수 없는 자이다.


식물학자는 그게 파의 속성인데 거기에 부슨 특별한 의미를 붙이냐고 하겠지만 화자는, 아니 시인은 파를 보며 눕다’, ‘휘어지다’, ‘쓰러지다와 같은 속성과는 거리가 먼, 곧은 의지 혹은 결코 꺾이지 않는 어떤 정신을 읽어낸다. 시인의 눈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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