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마경덕의 <게발선인장>

복사골이선생 2019. 2. 21. 05:39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20)



게발선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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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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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토분 속에서

고물고물 발이 기어 나온다

볕에 달군 발가락

마디마디 늘려 게거품처럼 수북이 부풀었다

허공에서 디딜 곳을 찾는 게발선인장

눈치 빠른 눈과 단단한 게딱지도 버리고

믿는 건 발가락 뿐,

오직 게걸음만이 살길이다

빨갛게 독이 오른 너는 지금 위험한 동물

다급하면 그 발도 버려야한다

종종걸음 치던 모래밭은 너에게 멀다

발바닥에 모래알을 묻히고도

바다를 모른다고 고개를 젓는,

너는 믿느냐

발끝에서 꽃이 터지는 네 조상은 꽃게였다

빨갛게 부어오른 핏빛 발톱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느냐

살짝 건드리니

발가락 하나를 뚝 떼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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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발선인장은 선인장목 선인장과의 다년생 식물로 브라질의 리우데자레이루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줄기의 모양이 게의 발과 닮았다 하여 게발선인장이라 부르는데, 납작한 줄기의 마디는 길이 46cm, 너비 23.5cm 정도이며,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으로 들쭉날쭉하다. 꽃은 가을에 줄기 마디의 끝에서 붉은색, 오렌지색으로 피는데 흰색, 분홍색, 붉은 자주색 등 다양하다. 원산지에서는 해발 700~100m 정도의 지역에서 다른 수목의 줄기나 가지 혹은 바위 등에 착생하여 살아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꺾꽂이를 통해 번식시켜 주로 공기 정화용으로 실내에서 재배를 한다.

마경덕의 시 <게발선인장>은 이 선인장의 생태와 꽃의 모양을 그려낸다. ‘작은 토분 속에서 / 고물고물 발이 기어 나온다는데 토기 화분에 피어나는 게발선인장의 모습이다. 화자는 게발선인장의 에 시선을 두고 있다. ‘볕에 달군 발가락 / 마디마디 늘려 게거품처럼 수북이 부풀었다는 것은 바로 게발선인장이 자라며 계속 발을 뻗고 발가락이 자라 풍성해진 모양이다. 그렇게 풍성하지만 게발선인장은 또다시 허공에서 디딜 곳을 찾는. ‘눈치 빠른 눈과 단단한 게딱지도 버리고 / 믿는 건 발가락 뿐, / 오직 게걸음만이 살길이다니 그만큼 성장이 활발하였으리라.

화분이 넘치도록 수북하게 자라난, 그러면서도 계속 발가락을 뻗는 게발선인장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게발선인장’ - 겉모습은 게의 발이지만 종종걸음 치던 모래밭은 너에게 멀기만 하다. 아니 모래밭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화분에 담겨 옮겨졌기 때문이다. 비록 화분에는 모래가 담겨 있어 발바닥에 모래알을 묻히고는 있지만 게발선인장은 바다를 모른다고 고개를 젓는. 하긴 게의 발을 닮았을 뿐이지 게의 발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 게발선인장에 꽃이 피었다. 이를 두고 화자는 빨갛게 독이 오른 너는 지금 위험한 동물이란다. 선인장의 몸줄기만 있을 때에는 모르겠지만 꽃이 피면 사람들의 눈길이 간다. 때로는 손으로 만져보거나 코를 대고 향기를 맡으려할 수도 있다. 그럴 때에 다급하면 그 발도 버려야한단다. 게는 다리 혹은 발을 잡히면 스스로 떼어내고 도망을 친다. 발은 다시 자라기에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희생한다. 게발선인장도 마찬가지이다.


게의 발과 흡사하다 하여 붙은 이름이지만 여차하면 발을 떼어 버리는 습성까지 게와 유사하다. 물론 게처럼 선인장의 발 그리고 발가락은 다시 자란다. 그러니 시 속 화자는 묻는다. 바로 발끝에서 꽃이 터지는 네 조상은 꽃게였다는 사실을 너는 믿느냐고 묻는다. 발이 자라고 그 끝에 발가락이 자라고 다시 그 끝에 붉은 꽃을 피운 게발선인장. 이를 화자는 빨갛게 부어오른 핏빛 발톱이라는데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기에 발톱이 빨갛게 부었을까 걱정을 한다. 가여운 생각이 들어 살짝 건드리니 / 발가락 하나를 뚝 떼어준단다.

게의 발을 닮아 게발선인장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을 시인도 안다. 그런데 방 안 화분에 담긴 게발선인장이 마치 게가 살고 있는 바다에서 예까지, 발톱이 붉게 피멍이 들 정도로 먼 길을 걸어온 것으로 상상한다. 게발선인장꽃은 시들어 통째로 떨어지는데, 꽃만이 아니라 때로는 몸통이, 발이나 발가락이 그냥 떨어져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참 위험한 동물이다. 식물인 선인장을 동물이라 부르는 것은 게의 발이기 때문이리라.

화분 속 모래에 심어진 게발선인장’ - 그것이 자라는 모습을 고물고물 발이 기어 나오는 것으로 인식한 시인. 어디 그뿐인가. 발이 자라는 모습을 눈과 단단한 게딱지도 버리고 / 믿는 건 발가락 뿐이라 한다. 그만큼 게발선인장은 온도와 습도만 맞춰주면 생육이 잘 된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화분 가득, 수북히 발이 자라는 게발선인장. 그런데 시인은 이를 바다에서 걸어온 것으로 상상하여 게발선인장의 꽃을 피멍이 든 발톱으로 보고 있다. ‘게의 발에서 연상된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 상상력이 기발하다. 게다가 발을 떼어주고 도망가는 게의 특성까지 연결하여 꽃이 통째로 떨어지고 몸통이나 발이 이주 쉽게 뚝뚝 떨어지는 게발선인장의 생태까지 잘 드러낸다.


발끝에서 꽃이 터지는이란 표현도 그렇지만 네 조상은 꽃게라면서 그 꽃을 빨갛게 부어오른 핏빛 발톱이라는 시인 - 시인의 눈은 이렇게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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