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목필균의 <금낭화>

복사골이선생 2019. 1. 31. 13:56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18)



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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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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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홀로 피어났어도

들을 건 다 듣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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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만지고 다니는 바람소리

나무 위에 걸터앉은 휘파람새

계곡을 흐르는 급한 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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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마디 진 시절 다 끌어안고 앉아

자줏빛 꽃망울로 조롱조롱 엮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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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진동시키는 소리 없는 향기로

산사의 풍경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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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錦囊花)’는 양귀비목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돌무덤이나 계곡에 자라지만 요즘에는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는다. 높이 40~50cm 정도로 몸 전체가 흰빛이 도는 녹색이고 줄기는 연약해 보이지만 곧게 서고 가지를 친다. 꽃은 56월에 담홍색으로 피는데, 총상꽃차례로 줄기 끝에 주렁주렁 달리며 금낭(錦囊)이란 이름 그대로 붉은 비단 주머니모양이다. 중국 원산의 귀화식물로 여겼으나 천마산, 가평, 설악산 등지의 중부지역 산지에서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어 한국도 원산지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목필균의 시 <금낭화>는 이 꽃을 산 속 절의 풍경에 견주고 있다. ‘깊은 산 / 홀로 피어났어도시인은 금낭화가 들을 건 다 듣고 있다고인식한다. 바로 숲을 만지고 다니는 바람소리 / 나무 위에 걸터앉은 휘파람새 / 계곡을 흐르는 급한 물살을 다 알고 있단다. 즉 시인의 눈에는 금낭화가 비록 산 속에 홀로 피어 있지만 바람소리, 휘파람새 울음소리 그리고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까지 모두 다 보고 들어 익히 알고 있지만 결코 내색을 하지 않는 존재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금낭화는 바람소리, 새소리, 물살 소리들을 알고 있지만 이를 굳이 말하지 않고 자신의 마디 진 시절 다 끌어안고 앉아있다. 대신 그 소리들을 자줏빛 꽃망울로 조롱조롱 엮어 놓는다. 그런 다음 바람을 진동시키는 소리 없는 향기로 / 산사의 풍경을 울리고 있단다. 결국 깊은 산 속 바람소리, 새소리, 물살 소리들을 금낭화가 듣고 자신의 마디에 간직했다가 꽃으로 그리고 산사의 풍경소리로 토해낸다는 말이다.

깊은 산 속에 꼭 바람소리, 새소리, 물살 소리만 있겠는가. 다만 세 가지 소리를 대표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리라. 그러니 시인은 금낭화가 산 속에서 나는 온갖 소리들을 듣고 이를 자신의 마디에 간직했다가 때가 되면 자줏빛 꽃망울로 보여주고 산사의 풍경소리로 들려준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혹자는 금낭화를 보며 연등을 상상하고 어떤 시인은 가지런한 이빨로 인식하는데 이 시 속에서는 보이는 꽃과 들리는 소리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마지막 두 행이 눈길을 끈다. 금낭화가 바람을 진동시키는 소리 없는 향기로 / 산사의 풍경을 울리고 있다는데 이는 역설이다. 소리가 없는 향기가 풍경을 울려 소리를 낸단다. 산 속 온갖 소리들을 몸속에 간직했다가 꽃으로 그리고 풍경소리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금낭화, 나아가 풍경소리에까지 향기가 나는 것으로 인식하는 시인은 독자들의 시각과 청각 나아가 후각까지 자극하고 있다. 시인의 그 상상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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