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신술래의 <달개비>

복사골이선생 2019. 2. 27. 23:07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21)



달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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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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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비 석 달 열흘을 내려도

잉크 빛

버리지 않네

그치지 않는 비 없고

멈추지 않는 바람 없으니

돌절구 옆 달개비도

아무렴 그렇지

귀를 쫑긋쫑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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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장풀은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로 흔히 달개비혹은 닭의밑씻개라 부른다.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 중국 우수리강 유역 그리고 사할린,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하며 길가나 풀밭, 냇가의 습지에서 흔히 자라는데, 줄기 밑 부분이 옆으로 비스듬히 땅을 기고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며 많은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 윗부분은 곧게 서고 높이가 1550cm 정도이다. 꽃은 78월에 주로 하늘색으로 피는데 넓은 심장 모양이고 안으로 접히며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고 길이가 2cm 정도이다. 봄에 어린잎을 식용하는데 한방에서는 잎을 압척초(鴨跖草)라는 약재로 쓴다고 한다.

신술래의 시 <달개비>에서는 이 꽃의 색상을 통해 변하지 않는 마음을 그려낸다. 전체 아홉 줄밖에 되지 않지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부분에서 화자는 달개비의 꽃 색상을 잉크 빛 / 이라고 한다. 그런데 장마 비 석 달 열흘을 내려도달개비는 꽃 색상이 변하지 않는다. 잉크라면 물에 젖었을 때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달개비의 꽃 색상이 비록 잉크 빛이지만 석달 열흘 내리는 비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꿋꿋하게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물에 젖으면 색이 흐려지는 잉크라 했기에 변하지 않는 꽃 색상은 놀라운 일이다. 화자는 이를 / 버리지 않는 것으로 인식한다.


석달 열흘 내리는 비라고 하더라도 열하루 열이틀이 되면 비는 그친다. ‘그치지 않는 비 없고 / 멈추지 않는 바람 없기 때문이다. 드디어 비가 멈췄다. 이 때 돌절구 옆 달개비도 / 아무렴 그렇지하고 웃는다. 웃기만 할까. ‘귀를 쫑긋쫑긋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내리는 비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잉크 빛 / ’ - 바로 달개비 꽃의 색깔이다. 어쩌면 빗물에 더욱 선명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비가 내려도 전혀 변하지 않던 색깔, 비가 그치면 더욱 선명하게 그 색상이 드러나리라. 색만 그렇겠는가. 잎이나 줄기도 빗물에 씻었으니 더욱 선명할 터이고, 이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달개비는 귀를 쫑긋쫑긋하지 않았겠는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달개비 - 닭의장풀. 하늘색 혹은 자줏빛이라는 그 색상은 비가 와도, 아무리 오래 비가 내려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비를 시련이나 고난을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하여 거창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잉크와 연결지어 색깔을 흐리게 만드는 빗물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달개비 꽃의 색깔만 생각하면 된다. 어쩌면 시인은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비가 내리면 빗물에 젖어 달개비 꽃 색상이 흐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비가 그치고 나면 오히려 더욱 선명한 달개비 꽃의 색깔. 그 놀라움이 시를 만들어낸다.

시인의 순수한, 맑은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가. 달개비 꽃 모양보다 색상에 눈이 간 시인 - 그 시선이 참 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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