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문효치의 <모데미풀>

복사골이선생 2018. 8. 20. 21:54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5)







모데미풀

문효치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하늘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아도

 

하늘은 눈물을 그치며

웃음 짓는다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어도

외로움보다 다스리기 쉬운 병도 없다

 

사랑의 눈으로 보고 있는

풀은 풀이 아니다 땅의 눈이다

 

 

모데미풀은 지리산 이북 높은 산, 습기가 많은 곳에 자라는 다년생 풀이다. 지리산 남원 운봉 모데미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을 모데미풀이라 했다고 하는데 혹자는 한 송이씩 따로 피는 것이 아니라 무더기로 핀다하여 무더기의 그 지역 사투리인 모데기가 변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문효치의 시 <모데미풀>을 읽으면 모데미풀이 눈 앞에 그려진다. 그리곤 문득 무리를 지어 피는 꽃인데 왜 외로움이 나올까 하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 읽고 나서야 무릎을 치게 된다. ‘이 아니라 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꽃. 그렇기에 풀은 풀이 아니다고 개념을 설정하고 이내 땅의 눈이라 하지 않았겠는가.


하늘이 외로운 날엔 / 풀도 눈을 뜬단다. 그 풀은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 하늘의 손을 잡고 // 그윽한 눈빛으로하늘을 올려다 볼 것이요 그러면 하늘은 눈물을 그치며 / 웃음 짓는것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랑의 눈으로하늘을 보고 있으니 모데미풀은 단순한 풀이 아니라 땅의 눈인 것이다. 시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5연이 그것이다.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의 외로움은 다스리기 쉬운 병이다. 바로 땅의 눈인 모데미풀이 사랑의 눈빛으로 올려다보면 하늘의 외로움은 금방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데미풀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저 그 아름다움에만 빠졌는데 시인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땅의 눈으로 보고 있다. 그것도 하늘이 외로울 때 그 외로움마저 잊게 만드는 사랑의 눈이다. 모데미풀의 아름다움보다, 하늘을 향한 땅의 사랑스러운 눈보다 모데미풀을 그렇게 인식하는 시인의 눈이 더 사랑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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