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종원의 <채송화>

복사골이선생 2018. 8. 20. 21:58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7)







채송화

김종원

 

키가 작다고 어찌

미녀가 아니랴

 

칠월 펄펄 끓는 땡볕 아래

충청도 한산 모시 짜는 아가씨처럼

다소곳이 얼굴 붉히는 꽃

 

두 손 펼쳐 하늘을 우러러

별빛 쏟아지는 캄캄한 밤에도

파도 철썩이는 해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줏빛 순정을 키웠거니

 

키가 작다고 어찌

순정이 붉지 않으랴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집 화단에는 철따라 여러 꽃들이 피었다. 봉숭아, 과꽃, 채송화, 덩굴장미, 칸나, 황매화, 해바라기, 구절초…… 당연히 채송화는 맨 앞줄에 있었다. 키가 작아서였겠지만, 땅바닥을 기는 듯한 모습하며 가늘지만 통통한 잎들이 참 앙증맞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시절의 채송화를 보기가 힘들다. 원예종으로 개량된 여러 품종의 채송화들이 더 많기 때문이리라.


김종원의 시 <채송화>를 읽으면 어린 시절 화단 맨 앞줄에 피었던 채송화를 떠올리게 된다. 누구나 다 아는 채송화의 특성 - ‘키가 작다는 말로 시작하지만, 시인은 그럼에도 채송화는 아름다운 꽃, 미녀이며 그 색깔을 붉은 순정이라고 의미를 둔다. 분명 채송화는 키가 작다. 그러나 꽃의 아름다움은 키 크기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키가 작지만 아름다운 채송화를 시인은 두 개의 연에 걸쳐 그 이유를 설명하며 마지막 연에서 붉은 순정으로 마무리한다. 그 붉은 순정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바로 칠월 펄펄 끓는 땡볕에서도 얼굴을 다소곳이붉히기에 가능한 것이요, ‘별빛 쏟아지는 캄캄한 밤에도 / 파도 철썩이는 해풍을 온몸으로 맞으며키운 자줏빛 순정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땡볕다소곳이그리고 캄캄한 밤’, ‘해풍순정의 대비는 고통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가늘고 통통한 잎에 비해 유난히 꽃잎이 얇은 채송화, 붉은색, 자주색, 노랑색…… 선명한 꽃 색깔. 시인은 이를 자줏빛 순정으로 요약하여 미녀, 즉 아름다운 꽃이라 노래하는 것이리라. 맞다. 채송화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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