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이현우의 <할미꽃>

복사골이선생 2018. 8. 20. 21:56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6)







할미꽃

 

- 이현우

 

어이구, 내 새끼……

 

가문 논바닥 같은 손으로

두 볼을 쓰다듬던

친할머니 품에 안겨

먼저 십리 길

외할머니 등에 업혀

나중 십리 길

깨며, 들며, 잠 보채던

등 굽은 이십 리 길

 

사위어 다 사위어

가슴 저미는

양지쪽 뜨락에 핀

눈물의 까칠거림.

 

 

손자를 흔히 속새끼라고 표현한다. 할머니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내 몸으로 낳은 자식이 다시 낳은 자식 - 손자는 그런 존재이다.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안다. 할머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를……


이현우의 시 <할미꽃>을 읽어보면 지극한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친할머니나 외할머니 모두 손주를 만나면 얼싸안으며 하는 말이 바로 어이구, 내 새끼……이다. 그런 말을 듣고 자란 시 속 화자이다. 농사일로 거칠어진 가문 논바닥 같은 손이지만 할머니는 손자의 두 볼을 쓰다듬어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친할머니 품에 안겼던 화자이다. 어디 그뿐인가. ‘외할머니 등에 업혀지내기도 했다. 그렇게 먼저 십리 길나중 십리 길깨며, 들며, 잠 보채며 할머니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러는 동안 할머니는 등 굽은 이십리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할머니 산소 가장자리에 핀 할미꽃을 본 화자는 어린 시절 받았던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사위어 다 사위어 / 가슴 저미는’ - 불이 사그라져서 재가 되어버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저미는 것이라. 그러니 산소 양지쪽 뜨락에 핀할미꽃을 보며 화자는 눈물의 까칠거림을 느끼는 것이리라.


할머니의 내리사랑, 시 속 화자로 분한 시인은 바로 그 사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손자 사랑 -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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