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윤현의 <괭이밥>

복사골이선생 2018. 8. 21. 01:57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42)







괭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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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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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하게 얼굴 내밀면서도

미나리아재비꽃 아래서도 웃고

까마중 아래서도 작은 얼굴로 그래그래 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다 맡겨도

잃을 것이 없는 하루하루가 행복인 듯

어디 굴뚝새 소리 들으려 귀는 열어둔다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길가도 마다 않고

많이 차지하지 않으려 하여 하늘처럼 곱다.

바람에 고개 살랑살랑 흔들며

밤하늘의 별빛 받아 꿈을 키우면서

꽃무릇 아래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질경이 사이에서도 작은 얼굴로 응응 한다

어떤 날은 새 옷으로 갈아입은 마술사처럼

사람들의 찌푸린 얼굴을 활짝 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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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밥은 우리나라 전역, 들이나 밭 혹은 주택가 주변의 공터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들꽃 중 하나이다. 꽃 이름 괭이밥고양이 밥이라는 뜻인데, 고양이가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이 풀을 뜯어먹는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이 잎을 뜯어먹기도 했는데, 신맛이 있어서 시금초라 불렀다. 요즘은 웰빙식품이라 하여 새싹요리의 주재료가 되기도 한다.


김윤현 시인은 주로 들꽃만을 소재로 시를 쓰고 있기에 흔히 들꽃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시 <괭이밥> 역시 들꽃의 하나인 괭이밥을 시적 대상으로 그 특질을 시인의 눈으로 해석해 놓고 있다. 여기에 미나리아재비, 까마중, 굴뚝새, 꽃무릇, 질경이……와 같은 자연물을 병치시키거나 비교 대상으로 놓아 괭이밥의 특질이 드러나도록 해놓았다.

전체 다섯 개의 문장이지만, 시인이 본 괭이밥의 특질은 나지막하게 얼굴을 내민다’, ‘어디서든 웃는다’, ‘그래그래 한다’, ‘귀는 열어둔다’, ‘길가도 마다 않는다’, ‘많이 차지하려 않는다’, ‘응응 한다’, ‘찌푸린 얼굴을 펴준다…… 등이다. 이를 한 마디로 말하면 안분지족(安分知足)’이요 바로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될 것이다.


삶이란 그렇게 향기를 흘리면서 사는 일이라고, 들꽃처럼 살다가는 일이라고한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 <괭이밥>도 독자들에게 긍적적인 삶의 자세 혹은 그러한 정신을 일깨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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