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은영의 <애기똥풀꽃>

복사골이선생 2018. 8. 21. 02:01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44)







애기똥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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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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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 가고

아기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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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잇살 짓물러

기저귀

벗겨 놓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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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메!

방바닥에 질펀한

애기똥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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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팔을 휘저어

꽃을 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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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은 줄기를 꺾으면 애기똥 같은 노란 액이 나온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꽃 자체만을 보면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참 예쁘다. 줄기 속만이 아니라 꽃도 애기똥처럼 노랗다. 봄부터 여름까지 마을 주변이나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기똥풀꽃은 어쩌면 우리들과 참 가까운 우리 들꽃일 것이다.


김은영의 동시 <애기똥풀꽃>에는 아기가 똥을 싼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고약한 똥냄새보다는 애기똥의 아름다운 노란 빛깔이 두드러진다. 기저귀를 차고 똥오줌을 받아내면 아기 엉덩이가 짓무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애기가 잠든 틈을 타 아예 기저귀를 벗겨놓고 엄마는 잠시 마실을 갔던 모양이다. 잠에서 깬 아기가 방바닥에 질펀하게 똥을 싼다. 그냥 싸기만 한 것이 아니라 팔을 휘저어 방바닥에 똥칠을 해놓았다. 이를 보게 된 화자 - 애기가 싼 똥은 애기똥풀꽃으로 보이고 난장판을 만들어놓은 모습은 아기가 꽃을 그려 놓은 것으로 인식한다.


이러니 시 속 상황에는 냄새가 날듯하지만 냄새보다는 오히려 노란 빛깔이 아름다운 애기똥풀꽃과 귀여운 아기 모습이 그려진다. ‘애가똥풀꽃의 꽃말이 엄마의 지극한 사랑혹은 몰래 주는 사랑이라고 했던가. 엄마의 아기 사랑이 짓무르기 쉬운 아기의 엉덩이에서 기저귀를 풀어헤쳤고, 기저귀의 답답함에서 벗어난 아기가 시원하게 똥을 싸며 팔로 휘저어 꽃을 그려놓았다는 화자의 인식이 참 아름답지 않은가. 그 아름다운 인식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워메!’란 토속적인 감탄사일 것이다.


애기똥 얘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하면 냄새가 날듯하여 지저분하게 느낄 것이지만 이상하게 똥냄새보다는 그저 아름다운 노란 색, 애기똥풀꽃만 떠오른다. 시인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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