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노영임의 <복수초>

복사골이선생 2018. 8. 21. 02:03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45)







복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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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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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야, 울엄마는 언제 오나 어디 오나

~~ 입김 불어 동생 언 손 녹여줄 때

동동동

발 구른 자리

빙 둘러 눈물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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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고 어린 것도 눈발 뚫고 나오자면

제 몸의 호흡으로 열기를 만든단다

저것 봐

테를 빙 둘러

물방울 맺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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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福壽草)’는 이름 그대로 복()과 장수(長壽) 그리고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른 봄 산지에서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혹은 눈새기꽃이라고도 한다는데, 중부지방에서는 복풀이라고도 하며 새해 들어 가장 먼저 핀다고 하여 원일초(元日草)라 부르기도 한단다. 하기는 복수초의 개화 시기는 음력 설 전후이니 눈 속에 핀다는 매화보다 빨리 핀다.


그런데 복수초는 위에서 말했듯이 이른 봄, 눈이 녹기 전에 주변의 눈을 식물 자체에서 나오는 열기로 녹여버리고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 노영임의 시조 <복수초>는 바로 눈 속에 피는 복수초의 특징을 엄마를 잃은 오누이의 슬픔과 연결시켜 노래하고 있다. 2연으로 된 이 시조에서 1연에서는 엄마를 잃은 오누이 그리고 2연에서는 눈발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를 그려낸다.


오누이를 남기고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난(혹자는 그냥 멀리 간 것으로 해석하지만, 눈물과 연결하면 죽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모양이다. 동생은 울엄마는 언제 오나 어디 오나며 누이에게 울며 매달린다. 누이는 그런 동생의 언 손을 호호 불며 녹여준다. 동생만 슬프겠는가. 누이 역시 눈물을 흘린다. 그러니 동동동 / 발 구른 자리 / 빙 둘러 눈물 고여있을 수밖에 없다.

누이는 동생에게 복수초 이야기를 해 준다. 복수초는 눈 속에서 자기 몸의 호흡과 열기로 눈을 녹여 뚫고 올라온다. 증명이라도 하듯이 누이는 동생에게 저것 봐 / 테를 빙 둘러 / 물방울 맺히잖아라며 꽃을 보라고 한다. 이 물방울은 단순히 눈이 녹은 것이기도 하지만, ‘테를 빙 둘러맺힌 물방울로 1연의 발 구른 자리에 빙 둘러 고인 눈물과 연결된다.

혹자는 오누이의 슬픔과 눈을 녹여 뚫고 나오는 복수초의 개화가 어찌 연결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한다. 그렇게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사실 아무 관계가 없다. 다만 시인의 눈에는 눈을 뚫고 나온 복수초 둥근 테에 맺힌 물방울을 보며 엄마를 잃은 오누이가 흘리는 슬픈 눈물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1연의 3~5행과 2연의 3~5행은 그렇게 병치되어 복수초의 생태와 함께 오누이가 슬픔을 이겨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처음 복수초를 대할 때 그저 노란 빛깔의 아름다움과 눈을 녹이고 올라온 자태에 반했는데 노영임 시인은 눈 속을 뚫고 나온 복수초의 생태를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어찌 오누이의 슬픈 눈물과 연결지었을꼬. 그러니 시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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