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윤현의 <봄맞이꽃>

복사골이선생 2018. 8. 21. 02:04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46)







봄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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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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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있어 꽃은 더 아름답게 피고

줄기가 솔잎처럼 가늘어도 꽃을 피울 수 있다며

작은 꽃을 나지막하게라도 피우면

세상은 또 별처럼 반짝거릴 것이라며

많다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높다고 귀한 것은 더욱 아닐 것이라며

나로 인하여 누군가 한 사람이

봄을 화사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고 사는 보람이 아니겠느냐고

귀여운 꽃으로 말하는 봄맞이꽃

고독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며

풍부한 삶을 바라기보다

풍요를 누리는 봄맞이꽃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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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는 우리나라 각처의 햇살이 좋은 건조한 땅에 자라는 2년생 풀이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운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실은 이름과 달리 복수초, 매화, 산수유, 생강나무, 개나리, 목련…… 보다 늦게 4~5월에 꽃이 핀다. 어쩌면 이른 봄이 아니라 완연한 봄에 피기에 봄맞이라 하지 않았을까. 꽃의 모양이 엽전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동전초라고도 부르는데 흔히 봄맞이꽃이라 한다.


김윤현의 시 <봄맞이꽃>에는 이 꽃의 특질이 자세하게 드러난다.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봄맞이꽃처럼 살고 싶다는 것인데, 시 속에 드러나는 꽃의 특질을 이해한다면 왜 시인이 그런 삶을 추구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시인이 파악하고 있는 봄맞이꽃의 특질은 다음과 같다.


추운 겨울이 있기에 꽃은 더 아름답게 핀다, 줄기가 아무리 가늘어도 꽃을 피울 수 있다, 작은 꽃을 나지막하게라도 피워야 세상은 별처럼 반짝거릴 것이다, 많다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높다고 귀한 것은 아니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봄을 화사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고 사는 보람이 있다, 고독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풍부한 삶을 바라기보다는 풍요를 누리자.


언뜻 보면 잠언의 연속이다. 한글을 이해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 - 그러나 그 안에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더구나 실제 봄맞이꽃을 직접 본 사람이라면 이런 특질들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명제들을 소리 높여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봄맞이꽃은 귀여운 꽃으로 말한다. 그렇기에 시인은 봄맞이꽃처럼 살고 싶다는 것이다.


봄맞이꽃이란 이름을 알고 얼굴을 대하면서 나는 그저 꽃의 앙증맞은 자태에 반하기만 했는데 김 시인은 그 꽃을 통해 삶의 지혜를 말하고 있다. 시인의 눈, 상상력은 물론 통찰력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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