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최광임의 <산수유꽃>

복사골이선생 2018. 8. 21. 13:42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84)





산수유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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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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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냄비에 카레를 끓인다

불꽃의 중심에서 꽃이 핀다

굴참나무 아래 쪽빛 드는 구릉 사이

타닥타닥 산수유꽃 피어나듯

약한 불꽃 가장자리에서부터 오르는 기포

철판도 더 뜨거운 한쪽이 있다니,

나도 그대 앞에선 뜨거운 꽃이지 않던가

세상은 자꾸 배면을 더 할애하지만

억척스레 빛을 끌어다 덮고 열리는 몸

불판 중앙으로 냄비의 위치를 바꿔놓는다

한동안 노란 속살까지 차오르는 뜨거움

누구의 한때도 뜨겁지 않은 삶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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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나무는 한국·중국 등이 원산으로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이다. 그 꽃은 복수초, 매화 등과 함께 봄의 전령사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잎보다 먼저 피는 산수유꽃은 은은한 노란색이 아름다워 전남 구례, 경기 이천 일원, 경북 의성 등지에서는 매년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다.

최광임의 시 <산수유꽃>에서는 산수유가 피어 있는 광경을 카레를 끓이는 모습으로 환치시킨다. 산수유꽃과 카레는 노랗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런데 시인이 시 속에서 말하는 산수유꽃은 산수유나무에 피어 있는 꽃이 아니라 한 마을에 혹은 구릉이나 산자락에 넓게 피어 있는 산수유꽃이다. 그러니 넓은 냄비에 카레를 끓인다면서 카레가 끓는 모습을 산수유가 피어 있는 풍광에 견주는 것이다.

불꽃의 중심에서 꽃이 핀다는 것은 카레가 끓는 모습이다. 그 모습이 굴참나무 아래 쪽빛 드는 구릉 사이 / 타닥타닥 산수유꽃 피어나듯하단다. 카레 국물은 약한 불꽃 가장자리에서부터기포가 오른다. 양지 바른 곳에 서 있는 나무에 먼저 꽃이 피듯 철판도 더 뜨거운 한쪽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끓어오르는 카레를 보며 시인은 산수유에서 그대에게로 옮겨간다.


그러니 가장자리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카레가 양지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산수유꽃을 연상시키다가 이내 나도 그대 앞에선 뜨거운 꽃이지 않던가란 회상이 이어진다. 안도현 시인은 너는 /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물었지만, 이 시에서 시인은 나도 뜨거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런데 세상은 자꾸 배면을 더 할애하지만 / 억척스레 빛을 끌어다 덮고 열리는 몸이다. 카레가 그렇고 산수유꽃이 그렇고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그렇다는 것이다.


시인은 불판 중앙으로 냄비의 위치를 바꿔놓는다이내 다 끓은 카레는 한동안 노란 속살까지 차오르는 뜨거움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시인은 되뇌인다. ‘누구의 한때도 뜨겁지 않은 삶은 없다. 시인은 그대를 정말 뜨겁게 사랑을 했던 모양이다. 그 뜨거웠던 사랑의 열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카레를 끓이다 말고 산수유꽃에 이어져 철판도 더 뜨거운 한쪽이 있듯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도 그대 앞에선 뜨거운 꽃이었단다.

누구의 한때도 뜨겁지 않은 삶은 없다고 단정짓는 시인. 카레에서 산수유꽃으로 그리고 뜨거운 사랑의 열정으로, 시인의 상상력은 이렇게 자유자재로 시공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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