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문태준의 <탱자나무 흰 꽃>

복사골이선생 2018. 8. 21. 13:49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88)







탱자나무 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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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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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마루 양지녘에 오늘 나앉았다가

문득,

탱자나무 가시 사이

흰 꽃 핀 걸 알았다

응달에,

부엉이의 눈 같기만 한

탱자나무 흰 꽃송이

꽃이 슬퍼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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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지역을 여행할 때 한적한 마을 울타리에서 탱자나무를 처음 봤다. 그 모양이 내게는 참 별스런 나무였다. 어떻게 이런 나무에서 그 향긋한 탱자가 열릴까를 생각하니 무언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이 온 몸을 돋아있는 가시들이었다, 집 주위 빙 둘러 울타리 대용으로는 침입자를 방어하기에 아주 적절한 나무였다. 그 다음 눈에 뜨인 것이 꽃이었다. 하얀 빛, 그저 아름답기만 했다. 온 몸에 돋아난 가시, 그리고 아름다운 하얀 꽃, 그 꽃이 지고 노란 탱자를 맺는다고 생각하니 처음의 별스럽다는 생각보다 꽃과 나무가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문태준의 시 <탱자나무 흰 꽃>에서는 탱자나무 꽃이 슬퍼 보인단다. 문 시인도 처음 탱자나무 꽃을 본 느낌은 나와 같았던 모양이다. 일부러 찾아 본 것이 아니라 들마루 양지녘에 오늘 나앉았다가 / 문득보았단다. ‘탱자나무 가시 사이 / 흰 꽃 핀 걸 알았다는 것이다. 탱자나무에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처음 보며 느꼈던 의아함일 것이다.


시인이 본 탱자나무 꽃은 응달에있었고, ‘부엉이의 눈 같기만흰 꽃송이였다. 그런데 그 꽃을 보고는 꽃이 슬퍼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우선은 시인의 마음이 슬프니 꽃조차도 슬퍼보였을 것이다. 양달이 아니라 응달에 있었고, 그 응달은 온 몸이 가시로 뒤덮인 탱자나무 사이였으며, 수리부엉이의 매서운 눈이 아니라 금방 눈물방울을 떨굴 것 같은 그냥 부엉이 눈 같기만 한 꽃, 게다가 흰색이다. 그러니 그냥 슬프다.

- 하면 화려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아니면 즐겁고 행복해야 할 감정이 먼저인데 탱자나무 꽃은 슬퍼 보인단다. 시인의 특별한 경험이지만, 시 속에 슬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 그려져 있다. 시인 덕에 나도 문득 탱자나무 꽃 사진을 보며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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