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김다희의 <꽃의 문(門)> - 접시꽃

복사골이선생 2018. 9. 13. 18:02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24)





 


꽃의 문()


김다희


밑씨가 은밀한 비밀의 문을 여는 시간

어둠을 하늘로 밀어올리는 꽃대


고독한 것은 스스로 빛나는 문장이다


도르르 말린 꽃잎 속에

자 한 자 새겨서

하늘이 잠시 잠깐 잠드는 사이


하얀 접시꽃 한 송이

제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김다희의 시 <꽃의 문()>을 읽으면 접시꽃이 피는 모습 속에 한 편의 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름답게 보인다. 꽃이 피는 모습을 노래한 시인들이 참 많다. 아예 제목이 개화(開花)’인 것도 여럿이다. 그런데 김다희는 단순희 개화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개화의 과정 속에 고독한 것은 스스로 빛나는 문장이라는 ()를 노래하는 것이다.


씨앗이 땅 속에서 싹을 틔우고 쑤욱 땅을 뚫고 나오면 꽃대는 땅 속 어두움을 하늘로 밀어 올리며 자란다. 새 생명의 탄생이다. 모든 생명의 탄생은 참으로 신비롭다. 그 탄생은 고독한 것이지만 스스로 빛나는 문장이 아닌가. 그렇게 자란 꽃대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시심과 같은 도르르 말린 꽃잎 속에시인은 자 한 자 새겨넣을 것이다. 아니 꽃봉오리는 스스로 피어날 잎 속에 자신의 향기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어 하늘이 잠시 잠깐 잠드는 사이에 드디어 개화를 하는 것이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이다. 그 화려함 그리고 향기…… 바로 접시꽃이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이 꽃은 시인에게는 시 한 편이리라.

꽃이 피는 것을 보며 새 생명의 탄생을 생각하고, 여기에 시 한 편이 만들어지는 것을 그려넣는 시인의 재치가 참 부럽다. ‘꽃은 아름답다. 그런데 그 꽃을 아름답다며 바라보는 눈과 아름답다고 느끼는 가슴은 더 아름답다.’고 그랬다. 시인의 마음도 꽃처럼 아름다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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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과정을 살펴본 적이 있는가.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자라다가 어느 날 문득 꽃대가 쑤욱 올라와서는 꽃봉오리를 맺고, 열릴 듯 열리지 않던 봉오리가 어느 날 아침에는 활짝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게다가 그 멋진 향기까지. 꽃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어쩌면 꽃이 피어나는 인고의 과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을 절제된 언어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김다희의 시 <꽃의 문>이다.


사실 제목은 꽃의 문이지만 ()의 문이기도 하다. 바로 꽃이 피어나는 과정 속에 한 편의 시()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담았기 때문이다. 즉 꽃은 어떻게 피어나며 한 편의 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두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시 <꽃의 문>이다.


밑씨가 은밀한 비밀의 문을 여는 시간에 꽃대는 어둠을 하늘로 밀어 올린다. 꽃은 그렇게 피어난다. 그렇게 핀 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도 마찬가지이다. 시인의 머리와 가슴 속의 고독한 울림은 그렇게 스스로 빛나는 문장이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오히려 하늘이 잠깐 잠드는 사이도르르 말린 꽃잎은 벌어지는 것이요, 그렇게 피어나는 꽃이 바로 시()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한 송이 하얀 접시꽃이 탄생하고, 한 편의 시가 영글게 된다.


하얀 접시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연결하여 참 멋드러진 꽃의 문을 그려냈다. 좋은 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인. 게다가 그는 꽃을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다. 그러니 시의 문을 담은 꽃의 문을 이렇게 보여줄 수 있었으리라.


꽃이나 시만이 아니라 어쩌면 사랑도 그렇게 영그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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