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채호기의 <감귤>

복사골이선생 2018. 11. 16. 10:54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52)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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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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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오돌오돌한 감귤 껍질

누군가 껍질을 까면

시고 달착지근한 말랑말랑한 것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작은 심장

먹을 수 없어서 망설입니다

살아서 두근거리는 연약한 것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것들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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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남북정상의 평양 회담 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칠보산에서 땄다는 송이버섯 2톤을 남쪽에 선물했다. 이에 대한 답례품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11일부터 이틀에 걸쳐 제주 감귤 200톤을 군 수송기에 실어 평양으로 보냈다고 한다. 통일에 대한 염원과 함께 제주산이란 자부심을 담아 북으로 보낸 감귤 - 이를 계기로 제주 감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채호기의 시 <감귤>은 이런 감귤을 작은 심장으로 보고 있다.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에는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 오돌오돌한 감귤 껍질이 있다. 껍질을 까면그 안에는 시고 달착지근한 말랑말랑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작은 심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심장이라니. 감귤의 속살을 심장으로 인식하니 자연히 먹을 수 없어서 망설일 것이다. 그 심장은 살아서 두근거리는 연약한 것이다. 이를 어찌 입에 넣어 삼키겠는가. 시인의 심장도 두근거렸을 것이 분명하다. 다시 시인의 시선은 밖으로 향한다.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것들바로 껍질에 이어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이 강조되는 것이다.

그냥 감귤예찬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지만, 이 시의 특징은 시인의 시선이동과 수미상관이다. 가지에 달린 감귤에서 껍질로 다시 속살까지 이어지는 시인의 시선은 다시 밖으로 향하여 껍질, 가지에 달린 감귤로 나온다. 첫 행에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이란 구절로 감귤을 제시하며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가 이내 밖으로 향해 마지막 행에 한 번 더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이라 강조하는 수미상관은 시선이동과 함께 아주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다.


감귤 속살을 심장으로 보고 있기에 먹지 못하고 망설인다는 시인의 마음 - 참 여리고 약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독자들도 그렇게 느끼며 감귤을 떠올릴 것이리라. 북으로 간 감귤, 북녘 동포들도 감귤을 먹으며 그런 느낌이 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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