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곽재구의 <제비꽃 사설>

복사골이선생 2018. 11. 19. 15:05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58)






제비꽃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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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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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이 뭐냐

땅끝 가는 완행버스 길

바랑 걸치고 걷다

풀 언덕에 앉아 물어보면

솜털 보송보송한

자주색 꽃들이 입을 모아

사 랑 부 리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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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

싸우지 말고 용서하여

맑고 고운 희망 나라 통일 나라

얼른 세우라고 입모아

사 랑 부 리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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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이 뭐냐

귤동 가는 도암만 시오리 길

개울물에 보리 미숫가루

풀다 물어보면

솜털 보송보송한

자주색 꽃들이 입을 모아

도 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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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

가슴의 슬픔들 몽땅 털어 버리고

아름답고 빛나는 세상

들판 곳곳에 세우라고 입모아

도 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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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은 쌍떡잎식물 제비꽃목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장수꽃’, ‘오랑캐꽃’, ‘앉은뱅이꽃등 여러 다른 이름이 있다. 우리나라 전역, 주로 들에서 자라는데 잎과 꽃의 형태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꽃은 45월에 피며 짙은 붉은빛을 띤 자주색이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풀 전체에 해독, 소염, 이뇨 등의 효능이 있어 약으로도 쓰인다. 유럽에서는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이었으며 성실과 겸손을 나타낸다 하여 많이 심는단다. 우리나라에서 꽃말은 겸양(謙讓)이다.

곽재구의 시 <제비꽃 사설>은 제비꽃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한다. 시의 제목이 제비꽃 사설이다. ‘늘어놓는 말이나 이야기혹은 잔소리나 푸념을 길게 늘어놓는다는 사설(辭說)일까 아니면 개인의 의견이나 설을 뜻하는 사설(私說)일까. 어느 것으로 해석해도 시 속에서 시인이 나는 제비꽃이 이런 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전체 네 개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두 개씩 묶을 수 있다. 시 속 화자가 땅끝 가는 완행버스 길바랑 걸치고 걷다풀 언덕에 앉아눈에 뜨인 꽃에게 네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그러면 솜털 보송보송한 / 자주색 꽃들이 입을 모아답한다. ‘사 랑 부 리 꽃이라고. ‘사랑부리꽃이 아니라 한 글자씩 띄워서 사 랑 부 리 꽃이다. 그만큼 이름을 강조하는 것이리라. 그럼 그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 / 싸우지 말고 용서하여 / 맑고 고운 희망 나라 통일 나라 / 얼른 세우라는 뜻의 사 랑 부 리 꽃이다. 사랑의 부리, 즉 사랑의 입이란 뜻이다.


이번에는 시 속 화자가 귤동 가는 도암만 시오리 길을 가던 중에 개울물에 보리 미숫가루 / 풀다가 눈에 뜨인 꽃에게 네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그러면 솜털 보송보송한 / 자주색 꽃들이 입을 모아답한다. ‘도 끼 꽃이라고. 역시 한 글자씩 띄웠다. 왜 도끼꽃일까.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 / 가슴의 슬픔들 몽땅 털어 버리고 / 아름답고 빛나는 세상 / 들판 곳곳에 세우라는 듯이란다. 그것도 입모아 / 도 끼 꽃이라 답하니 그만큼 이름을 강조한 것이리라.


그런데 정말 솜털 보송보송한 / 자주색 꽃들’ - 제비꽃이 저렇게 말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사설이 나왔을까. 실은 제비꽃이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 시인이 제비꽃을 보며 그런 희망사항을 적어놓은 것이리라. 때는 1980년대 말 6공화국 혼란의 시기이다. 그런 정치상황이 아니더라도 싸우지 말고 희망, 통일, 아름다운 나라 만들자는 시인의 소망을 제비꽃이 말하는 것처럼 풀어낸 것이리라.


그런데 시를 읽고 제비꽃을 보니 정말 꽃모양이 새의 주둥아리 같고 어찌 보면 귀여운 도끼 같기도 하다. 내가 시인이 말한 제비꽃의 다른 이름에 너무 집중해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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