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고영의 <코스모스>

복사골이선생 2018. 11. 21. 13:02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61)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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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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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등 떠밀려

엉거주춤 길 나서는 고향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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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울 남은

물 빠진 꽃잎마저 다 떼어주고

앙상한 손 흔드는

외줄 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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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 가, 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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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발길 보채면서도

행여 소식 끓을까

어머닌 연신 손을 귀에 대고

전화 받는 시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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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뒤돌아보는

아련히

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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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는 쌍떡잎식물 한해살이풀로 멕시코가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관상용으로 널리 심는다. 특히 국화와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붉은색, 흰색, 분홍색 등 다양한 빛깔의 꽃을 피운다. 길고 가드다란 줄기 끝에 꽃이 피고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에서 흔히 가냘픈 여인 혹은 가을바람에 수줍음을 타는 소녀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조물주가 제일 처음 만든 꽃이라 전해지는데, 믿거나 말거나지만, 처음 만드는 것이니 모양과 색을 이리저리 서로 다르게 하여 하늘하늘하고 다양한 색의 꽃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영의 시 <코스모스>은 이 꽃을 어머니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시 속 화자가 타의에 의해 고향집 떠난다. 그 이유는 구체적으로 시 속에 나오지 않지만 억지로 등 떠밀려 / 엉거주춤 길 나서는 고향집 앞이라 했으니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거기서 어머니가 배웅을 한다. ‘몇 울 남은 / 물 빠진 꽃잎마저 다 떼어주었다는데 이는 고향집 앞 길 가에 핀 코스모스 꽃 모양이기도 하지만 실은 어머니의 모습이다.


자식들에게 주고 또 주어도 더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자식들에게 모든 것 다 주고 앙상한 몸만 남은 어머니, 그런데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고향을 떠나는 자식을 배웅하며 앙상한 손 흔드는 / 외줄 꽃대의 모습이 된다. 그리고 자식에게 어여 가, 어여!’라며 어미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살라고 외친다. 그리곤 전화하라고 손짓을 한다. 어서 가라며 무거운 발길 보채면서도 / 행여 소식 끓을까걱정이 되는지 어머닌 연신 손을 귀에 대고 / 전화 받는 시늉을 한다’. 소식 전하라는 뜻이리라.


자식도 어머니를 생각한다. 그러니 자꾸만 / 뒤돌아보게 된다. 서서 배웅하는 어머니와 점점 멀어지는 동안 길 가에 핀 코스모스도 멀어진다. 뒤돌아 볼 때마다 어머니는 연신 어서 가라고 그리고 연락하라고 손짓을 보내고 서 있다. 그러니 화자의 눈에 어머니는 코스모스와 함께 아련히 / 먼 꽃이다. 가을을 상징하는 꽃, 소녀의 가냘픔, 수줍음을 나타낸다는 꽃, 아주 작은 바람에도 하늘거리는 길 가에 핀 코스모스가 고향을 떠나는 화자의 눈에 어머니의 모습과 겹쳐진 것이다.


이 세상 어느 어머니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시인은 분명 이런 경험이 있으리라. 그러니 약하기만 한, 소녀의 이미지라는 코스모스를 사랑이 충만한, 자식 앞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강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환치시키지 않았겠는가. 자식들에게 모든 것 다 주고 그래도 또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 - 시를 읽고 나면, 길 가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어머니의 얼굴과 겹쳐져 무척 애잔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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