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문효치의 <광대나물>

복사골이선생 2018. 12. 24. 23:36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189)




광대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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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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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줄은 있다

줄을 잘 타야 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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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만 올라타야 하고

위험하지만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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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애 줄 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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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없으면 매어서라도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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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둥과 저 기둥

빤히 보이지만

흔들흔들 출렁출렁

몸으로 건너는 줄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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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나물은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두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타이완과 북아메리카 지역의 풀밭이나 습한 길가에 분포한다. 높이는 30cm 정도인데 줄기는 모가 나고 가지를 치며 비스듬히 눕기도 한다. 45월에 보랏빛 혹은 붉은 자줏빛 꽃이 잎겨드랑이에 여러 개씩 돌려난 것처럼 핀다. 열매는 달걀 모양으로 전체에 흰 반점이 있고 78월에 익는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데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광대란 가면극, 줄타기, 재주넘기와 판소리 등을 하던 직업적 예능인을 가리키는 말로 광대나물은 꽃이 피는 모양이 울긋불긋한 것이 광대를 연상시킨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하긴 어찌 보면 한 다리는 줄 위에 딛고 다른 다리는 허공에 둔 채 머리와 몸을 젖힌 수평의 묘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꽃은 대부분 보랏빛에다 얼룩점이 있는데 연분홍빛도 있다. ‘코딱지가 붙어 있는 것 같다하여 코딱지 나물이라고도 부른다는데 자세히 보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벌린 채 묘기를 부리는 것 같다.


문효치의 시 <광대나물>에서는 우리네 삶을 한 생애 줄 타는 일로 보며 이 꽃을 줄을 타는 광대로 그린다. 첫 연에서 광대를 소개한다. ‘여기에도 줄은 있다 / 줄을 잘 타야 광대란다. 줄을 타는 광대이니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두렵지만 올라타야 하고 / 위험하지만 건너야 한단다. 광대의 생애란 바로 줄 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줄이 없으면 매어서라도 타야 한다.’ 그것이 광대의 본분이고 삶을 유지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아무리 광대라 하더라도 줄타기가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 기둥과 저 기둥 / 빤히 보이지만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숙달된 줄타기 전문가라 하더라도 매사에 집중해야만 한다. 이를 시인은 흔들흔들 출렁출렁 / 몸으로 건너는 줄은 멀기만 하다고 한다. ‘몸으로 건너는 줄’ - 그렇다 바로 우리네 삶이 그렇다.

시 속 광대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나 장소가 다 다르겠지만 모두가 하는 일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세상은 경쟁을 기본으로 한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겨야 한다. 이기는 일은 바로 줄을 타고 건너는 일이요, 그 일은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결국 시 속의 광대는 우리들이며 줄은 일터요 줄타기는 모두가 살기 위해 하는 일 - 직업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니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직업, 자신이 하는 일에 매진하여야 하리라.

봄이면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내나물 그리고 광대나물꽃 - 시인은 그 꽃에서 줄을 타는 광대를 봤고 이를 우리네 삶과 연결시켜놓았다. 광대가 줄을 타는 것 - 바로 우리네 삶과 똑같다. 시를 읽고 광대나물꽃을 보니 정말 그렇다. 광대나물꽃을 보며 줄타기를 연상하고 이를 우리네 삶에 견주어 그 동질성을 읽어낸 시인. 바로 시인의 상상력과 통찰력이다.


흔들흔들 출렁출렁늘 위험한 우리네 삶, 당연히 몸을 움직여 삶을 영위하는 일반 서민 대중들에게는 꼭 맞는 비유이다. ‘몸으로 건너는 줄은 멀기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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