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손영의 <채송화>

복사골이선생 2019. 12. 4. 20:35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32)




채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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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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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가방이 온다

가방에 매달린 아이가 해맑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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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열다섯 키는 다섯 살

얼굴은 영글었지만 키는 자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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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시선 어디서나 끈질겨도

늘 웃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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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곳에서 자란 아이

얼굴에는 그늘 한 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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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느려도 발길에 눌려도

세상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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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는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쇠비름과의 한해살이식물의 관상용 꽃이다. 전 세계에 40여종이 분포되어 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마당 한켠이나 담벼락 아래 혹은 화단에 많이 심는다.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데 꽃은 6~8월에 한두 송이 달리며 붉은색 · 노란색 · 흰색과 더불어 겹꽃도 있다. 꽃 한 송이의 수명은 짧으나 다른 꽃이 계속 피므로 오랫동안 꽃을 보고 즐길 수 있다.

손영의 시 <채송화>는 제목이 채송화이지만, 실은 키가 작은 아이채송화로 환치시켜놓았을 뿐이다. 시의 제재가 된 키 작은 아이는 어쩌면 시인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시인이 교사로서 만난 어떤 아이라 짐작된다. 실은 시인 자신인지 아니면 시인이 만난 아이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누구이건 이 시를 읽으면서는 키는 작지만 그 아이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면 된다.


시를 보자. ‘커다란 가방이 온다고 했지만 실은 가방을 맨 아이가 온 것이다. 아이의 키가 작다 보니 가방이 크게 눈에 들었고 그러니 가방에 매달린 아이처럼 보였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는 열다섯이지만 키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는다. 얼굴은 영글었지만 키는 자라지 않았다.’ 학교 교실에서 혹은 등하교길에 동무들로부터 어떤 놀림을 받았을지 짐작이 간다. 바로 집요한 시선 어디서나 끈질겼으리라. 그러나 아이는 늘 웃음을 보낸다고 한다.

시인이 알기로는 그 아이는 양지바른 곳에서 자랐다. 가정환경이 괜찮았다는 뜻이리라. 그러니 얼굴에는 그늘 한 점 없다.’ 그러나 키가 작다 보니 걸음이 느리고 동무들의 발길에 눌려지냈으리라. 그럼에도 그 아이는 세상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는다고 한다. 키가 작아 놀림을 많이 받은 아이이지만 가정환경도 좋고 성격까지 좋다. 놀림을 받아도 놀림이라 생각하지 않고 작은 키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아이. 그러니 첫 연에서 가방을 맨 아이가 아니라 가방에 매달린 아이가 해맑게 웃는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키가 작은 아이를 시인은 어찌 채송화로 환치시켰을꼬. 맞다. 시인의 눈에 채송화는 비록 키는 작지만 해맑게 웃었던 아이이다. 키가 작아 사람들의 발길에 눌려도오히려 세상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는아이. 바로 채송화는 시인의 기억 속에 있는 어떤 아이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삶에 긍정적인, 어떤 놀림에도 어떤 비아냥에도 언제나 세상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는아이이다. 이런 아이 아니 채송화를 보며 단지 키가 작다는 것만으로 놀리는 사람들이 머쓱하리라.


△ 2019년 어느 시낭송회장에서 손영 시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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