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이문복의 <소백산 은방울꽃>

복사골이선생 2020. 3. 6. 17:36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 (242)





소백산 은방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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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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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동 골짜기 지나

연화봉 찾아가는

고적한 산길 어디메쯤

순정한 향기로

나를 기다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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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폭폭할 때마다

고향처럼 그리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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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숨어 피는

나 대신 숨어 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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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은방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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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은 백합과의 다년생 초본으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산 가장자리의 다소 습기가 있는 곳에 군락으로 자란다. 5~6월에 꽃이 피는데 향기가 아주 좋으며 흰색의 꽃이 마치 은방울 같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잎이 산마늘과 비슷하지만 독이 강해 구토와 설사, 심장 마비 등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날로 먹지는 못한다.

이문복의 시 <소백산 은방울꽃>에서는 이 꽃을 산에 살고픈 시인으로 환치시킨다. ‘어의동 골짜기 지나 / 연화봉 찾아가는 / 고적한 산길 어디메쯤이라 했는데, 요즘이야 소백산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 부근까지 차가 올라가지만 시 속에서는 산 밑 어의곡(시에서는 이를 어의동 골짜기라 부른다)에서 출발하여 연화봉까지 간 모양이다. 사실 어의곡에서 연화봉으로 가려면 주봉인 비로봉을 올라 연화1봉으로 지나 조금 더 내려가야 연화봉에 닿을 수 있다. 어쩌면 시 속 화자는 고적한 산길이란 표현으로 보아 어의곡에서 곧바로 연화봉으로 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연화봉으로 가는 고적한 산길 어디메쯤 / 순정한 향기로 / 나를 기다리던꽃이 있다는 것인데, 사실 꽃이 화자를 기다려 피었겠는가. 다만 시인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산길을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꽃, 그것도 은방울꽃처럼 아름답다면 마치 자신을 기다린 것으로 느끼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를 기다리던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세상살이 폭폭할 때마다 / 고향처럼 그리워지는 / ,’을 찾으면 그 산에 숨어 피는 / 나 대신 숨어 피는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행에 제시한 소백산 은방울꽃이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세상살이가 힘들 때 화자를 위로해주는 산이 바로 소백산이요, 그 소백산 연화봉을 오를 때 조용한 산길 어디쯤에 은방울꽃이 피어 화자를 반긴다면 커다란 위로가 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화자는 은방울꽃을 그 산에 숨어 피는꽃이라 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 대신 숨어 피는꽃이라 말한다. 이 말은 자신이 은방울꽃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어쩌면 나 대신이란 말 속에는 세상 일 다 잊고 산 속에 들어와 살고픈 욕망이 담겨 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봄꽃이 핀다던가, 단풍이 들 무렵이면 온 산이 등산객들로 가득 찬다. 하긴 시 속 화자처럼 세상살이 힘들 때 훌쩍 산을 찾아 흔히 말하는 힐링을 하면 좋을 것이다. 그 과정 속에 은방울꽃처럼 아름다운 꽃을 만나면 더 큰 기쁨이지 않겠는가. 시인은 여기에서 나아가 산 속에 살고픈 욕망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그 마음,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