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어쩌다 부천 대학로 산보

복사골이선생 2020. 8. 29. 23:00

어쩌다 부천 대학로 산보

 

 

 

반찬거리도 떨어지고 라면도 없어 장을 보러 나섰다.

 

늘 가는 홈마트.

제법 규모가 큰 수퍼인데 배달도 해 주기에 자주 이용한다.

 

집을 나와 곧바로 큰 길로 빠지면 되지만

부러 부천 대학로를 거쳐 간다.

그렇게라도 잠시 산보를 하기 위해서이다.

 

부일로를 거쳐 대학로로 들어서니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꽃들.

대학로 주변 나무 화분에 꽃을 새로 심은 모양이다.

 

 

<일일초>가 여러 가지 색을 뽐낸다

하루만 핀다고는 하지만 옆 송이가 연이어 피기에

늘 피어 있는 것처럼 느낀다.

 

새롭게 단장한 화분들이 빛난다.

이렇게 꾸며놓은 길은 걸을 맛이 있다.

 

 

어느 가게 앞 화분에 핀 <꽃댕강나무>

저 나무가 화분에도 자란다.

 

 

나무 화분에 <무늬접란>을 부러 심었으리라.

대학로 경계석을 겸하는 나무 화분이 갑자기 고급스러워진다.

 

 

부천로로 이어지는 곳.

전화박스 옆 전신주에 <능소화>가 아직 피어 있다.

 

 

괜스레 손수찍기로 내 얼굴을 담아봤다.

역시 나는 사진 찍는 재주는 메주이다.

 

부천로를 내려가 도착한 홈마트.

두부, 호박, 고추, 김, 라면, 커피, 햄, 참치통조림, 우유, 고추장불고기~~~

두 바구니 담아 계산대에서 배달 주문하고.

산보하듯 집에 걸어가면 도착해 있을 것이다.

 

 

집으로 향하는데 비가 뿌린다.

맞을 만했다.

 

 

대학로 이쪽 편 길로 되돌아온다.

빗방울애 젖은 <화초고추>

하늘 향해 열린다고 '화초하늘고추'라 하는데 내 입에는 그냥 <화초고추>이다.

 

앗~~~!

반가운 꽃이다.

커피숍 <카페필린> 앞에 내어놓은 화분.

 

 

<커피나무>이다.

 

 

꽃이 반가워 한 번 더 찍었다.

 

사진 찍는 나를 보더니 주인장이 나온다.

자랑하듯이 '커피나무'라고 알려준다.

이럴 때에는 (커피나무라는 것을 알고 사진을 찍었지만) 그냥 잠자코 들어주는 게 좋다.

나중에 열매를 맺으면 수확하여 잘 볶아서 커피를 내릴 거란다.

지나다니며 꽃이 어찌 열매를 맺는지 사진에 담을 것이라고 말해뒀다.

집에 와 블로그에 정리해 두었다.

→ https://lby56.blog.me/220810397006

 

비가 점점 더 굵어진다.

 

 

얼른 커피 하나 사들고 길거리 카페에 앉았다.

국지성 호우겠지 했는데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는다.

가방에 가지고 온 우산을 펴고 집으로.

 

역시. 문 앞에 배달되어 있는 두 박스.

박스 풀어 냉장고에 넣을 것은 넣고

정리를 끝내니 빈 박스만 남는다.

두 박스였는데 어디로 숨었는지 흔적이 없다.

이게 바로 정리이다.

 

쏟아 놓으면 방 안 한가득이지만

제자리에 넣어 정리를 하고 보면 깔끔하다.

 

 

그런데 영수증에는 아직도 딸내미 이름이다.

딸내미가 같이 살 때 녀석 이름으로 마트에 등록을 해 뒀다.

 

녀석이 독립한 게 언제인데, 이미 시집 가고 내 집에 없는데

마트에서 준 영수증은 녀석 이름이다.

언제쯤 딸내미로부터 벗어나나.

하긴 벗어나고 싶지 않다.

영수증에서라도 나와 함께 있게 하고 싶다.

 

부러 그랬지만, 대학로를 거쳐 홈마트에 가고 오며

자주 못보던 꽃들도 만나고

게다가 귀한 <커피나무>와 그 꽃도 보고

집에 와서는 딸내미 흔적을 느끼고

비는 쏟아지지만 이래 저래 기분이 참 좋다.

 

딸은 시집갔고,

이제 어느 아낙 이름 옆에 내 이름을 놓을까.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