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집밥이 그립다

복사골이선생 2020. 8. 22. 23:09

집밥이 그립다

 

 

 

 

혼자 산 것이 십수년인데

아직도 끼니 때가 되면 걱정이다.

결정 장애가 있는지 매 끼니마다 뭘 먹을지 고민이다.

 

삼시 세 끼를 다 챙겨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바깥 활동을 하다 보니

온갖 음식들을 먹게 된다.

 

때로는 칼질을 하고, 횟집에서 젓가락을 놀리기도 하며

종종 고깃집 불판 앞에 앉기도 하고

면을 좋아하니 잔치국수와 콩국수 그리고 짜장면과 짬뽕까지.

 

하기야 솥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쇠죽과 빨래 빼놓고는 다 먹는 식성이니

크게 고민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한데

그래도 매 끼니마다 결정을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 먹는 데에는 철이 덜 든 모양이다.

 

그러니 그리운 것은 엄마표 혹은 아내표 집밥이다.

어머니는 멀리 계시고, 혼자 사는 살림살이이다 보니

정말이지 집밥이 그립다.

 

반찬거리 사다가 혼자 씨름을 해 보지만

내 솜씨에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김치가 끝이다.

그러니 여차하면 라면이나 짜파게티이다.

오죽하면 딸내미가 라면 그만 먹으라 걱정을 하겠는가.

 

 

오늘, 참 맛난 집밥을 먹었다.

<두레밥상>

백반집이지만 메뉴가 다양하다.

옛날소불고기정식, 오징어정식, 김치전골정식, 철판제육정식~~~

백반에 메인 메뉴가 곁들여지는 밥상이다.

 

그냥 집밥이 먹고팠다.

아무런 수식어가 없는 <두레정식>을 시켰다.

 

 

 

공기밥은 두 그릇.

 

 

밑반찬 더 가져오고, 국까지 리필했다.

 

이도령상이 따로 없다.

하기사 나는 뭐든 잘 먹으니까.

 

 

간만에 집밥 먹는 기분을 냈다.

매 끼니 이렇게 먹으면 금방 살이 찔 것 같다.

그래서 힘이 난다.

 

참, 좋은 사람과 마주 앉아 먹어 더 맛이 났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맛을 결정한다고 하지 않는가.

 

우야든동 집밥이 그립다.

 

-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