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부천 대학로 산보
반찬거리도 떨어지고 라면도 없어 장을 보러 나섰다.
늘 가는 홈마트.
제법 규모가 큰 수퍼인데 배달도 해 주기에 자주 이용한다.
집을 나와 곧바로 큰 길로 빠지면 되지만
부러 부천 대학로를 거쳐 간다.
그렇게라도 잠시 산보를 하기 위해서이다.
부일로를 거쳐 대학로로 들어서니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꽃들.
대학로 주변 나무 화분에 꽃을 새로 심은 모양이다.
<일일초>가 여러 가지 색을 뽐낸다
하루만 핀다고는 하지만 옆 송이가 연이어 피기에
늘 피어 있는 것처럼 느낀다.
새롭게 단장한 화분들이 빛난다.
이렇게 꾸며놓은 길은 걸을 맛이 있다.
어느 가게 앞 화분에 핀 <꽃댕강나무>
저 나무가 화분에도 자란다.
나무 화분에 <무늬접란>을 부러 심었으리라.
대학로 경계석을 겸하는 나무 화분이 갑자기 고급스러워진다.
부천로로 이어지는 곳.
전화박스 옆 전신주에 <능소화>가 아직 피어 있다.
괜스레 손수찍기로 내 얼굴을 담아봤다.
역시 나는 사진 찍는 재주는 메주이다.
부천로를 내려가 도착한 홈마트.
두부, 호박, 고추, 김, 라면, 커피, 햄, 참치통조림, 우유, 고추장불고기~~~
두 바구니 담아 계산대에서 배달 주문하고.
산보하듯 집에 걸어가면 도착해 있을 것이다.
집으로 향하는데 비가 뿌린다.
맞을 만했다.
대학로 이쪽 편 길로 되돌아온다.
빗방울애 젖은 <화초고추>
하늘 향해 열린다고 '화초하늘고추'라 하는데 내 입에는 그냥 <화초고추>이다.
앗~~~!
반가운 꽃이다.
커피숍 <카페필린> 앞에 내어놓은 화분.
<커피나무>이다.
꽃이 반가워 한 번 더 찍었다.
사진 찍는 나를 보더니 주인장이 나온다.
자랑하듯이 '커피나무'라고 알려준다.
이럴 때에는 (커피나무라는 것을 알고 사진을 찍었지만) 그냥 잠자코 들어주는 게 좋다.
나중에 열매를 맺으면 수확하여 잘 볶아서 커피를 내릴 거란다.
지나다니며 꽃이 어찌 열매를 맺는지 사진에 담을 것이라고 말해뒀다.
집에 와 블로그에 정리해 두었다.
→ https://lby56.blog.me/220810397006
비가 점점 더 굵어진다.
얼른 커피 하나 사들고 길거리 카페에 앉았다.
국지성 호우겠지 했는데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는다.
가방에 가지고 온 우산을 펴고 집으로.
역시. 문 앞에 배달되어 있는 두 박스.
박스 풀어 냉장고에 넣을 것은 넣고
정리를 끝내니 빈 박스만 남는다.
두 박스였는데 어디로 숨었는지 흔적이 없다.
이게 바로 정리이다.
쏟아 놓으면 방 안 한가득이지만
제자리에 넣어 정리를 하고 보면 깔끔하다.
그런데 영수증에는 아직도 딸내미 이름이다.
딸내미가 같이 살 때 녀석 이름으로 마트에 등록을 해 뒀다.
녀석이 독립한 게 언제인데, 이미 시집 가고 내 집에 없는데
마트에서 준 영수증은 녀석 이름이다.
언제쯤 딸내미로부터 벗어나나.
하긴 벗어나고 싶지 않다.
영수증에서라도 나와 함께 있게 하고 싶다.
부러 그랬지만, 대학로를 거쳐 홈마트에 가고 오며
자주 못보던 꽃들도 만나고
게다가 귀한 <커피나무>와 그 꽃도 보고
집에 와서는 딸내미 흔적을 느끼고
비는 쏟아지지만 이래 저래 기분이 참 좋다.
딸은 시집갔고,
이제 어느 아낙 이름 옆에 내 이름을 놓을까.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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