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파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5) 파꽃 — 안도현 이 세상 가장 서러운 곳에 별똥별 씨앗을 하나 밀어 올리느라 다리가 퉁퉁 부은 어머니, 마당 안에 극지(極地)가 아홉 평 있었으므로 아, 파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는 그냥 혼자 사무치자 먼 기차 대가리야, 흰나비 한 마리도 들이받..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송찬호의 <모란이 피네>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4) 모란이 피네 — 송찬호 외로운 홀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코만 베어 온 것 아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이도윤의 <연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3) 연꽃 — 이도윤 달도 때로는 술 취해 뒹구는 인간 세상이 그리운 것이다 아무도 몰래 더러운 방죽으로 스며든 달이 진흙 발을 딛고 검은 하늘을 내어다본다 갓 피어난 흰 연꽃이 천지에 환하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식물로,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재진의 <능소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2) 능소화 — 김재진 능소화가 핀다 저 꽃이 피기까지 나는 몇 번의 옷을 갈아입고 몇 번의 식사를 했던 것일까? 지금 피고 있는 저 꽃은 눈 앞에 있지만 다시 보면 없다 다만 피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숨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박수진의 <질갱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1) 질갱이 — 박수진 깎일수록 뚜렷해지는 바위처럼 채일수록 단단해지는 돌멩이처럼 메마른 길 한복판에 뿌리 내리고 한 생을 마련한 질기고 질긴 영혼 오죽하면 그 별명도 길장구 차전초이랴 자동차는 아니어도 수레나 군마는 아니어도 하다못해 발에..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이상헌의 <석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0) 석류 — 이상헌 유리 주머니 속에 붉은 석류 알이 가득, 한 숟갈 떠내봤으면! 이 빛깔 인간의 것은 아니다 수정 알맹이들이 얼음 알갱이들이 내 위벽을 붉게 물들이고 으스스 떨게 하고 깊은 마음으로 굴러가며, 따르르 탱탱 깨울 것 같다 한 번이라도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이복순의 <오죽헌 배롱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9) 오죽헌 배롱나무 — 이복순 오죽헌 뜰 앞 육백 년을 머문 배롱나무 어미는 몸 낮추어 흙으로 돌아갔다는데 생명 줄 하나 싹을 틔워 어미의 세월을 살고 있다 어머니의 어머니를 찾아서 떠나면 수미산을 몇 바퀴 쯤 돌아야 본래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서안나의 <모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8) 모과 — 서안나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까맣게 썩어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지 모과 - 가을이면 시장에서 한두 개 사다가 방 안에 둔다거나 차 안에 두고 그 향기를 맡는다. 혹은 설탕에 절여 향긋한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박노빈의 <진달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7) 진달래 - 박노빈 개나리는 울타리와 길가에 노란 깜박이를 바르다가 모세의 기적처럼 검은 길을 가르는 벚꽃 겨울 흙을 갈아엎는 봄의 파도가 지금 산을 오르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꽃들이 차례대로 피어난다. 복수초, 매화, 산수유, 목련,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영천의 <개구리밥>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6) 개구리밥 — 김영천 제 짧은 소견으로는 단 한 번도 땅에 지지하지 못한 뿌리를 목숨처럼 붙안고 수면 위를 떠 있습니다. 더러는 함부로 흔들린다 하고, 더러는 그 뿌리를 알지 못한다 비난하지만 차라리 물이끼처럼 바위나 나무에 기생하지 않고 혼자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