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의 <냉이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5) 냉이꽃 — 송찬호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성배순의 <메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4) 메꽃 — 성배순 봄, 속절없이 보내고 한여름, 한낮에서야 연분홍 치마 입는다 젊은 것들 킥킥대거나 말거나 립스틱 짙게 바르고 탄력 늘어진 허리 지팡이에 기대어 외출한다 고자화라 불리는, 열매도 맺지 못하는 늙은 메꽃, 은 태양이 뜨거운 한여름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박형준의 <싸리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3) 싸리꽃 — 박형준 싸리꽃 주고 싶어 향기가 진해서 너 발자국 밑 쫓아다니면서라도 주고 싶어 수리조합 둑방 풀이 유난히 푸르다 사람들이 오누이를 에워싸고 있고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소녀의 모습 수리조합 물살에 떠내려간다 물에서 건져낸 오빠의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성선경의 <연밭에서>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2) 연밭에서 — 성선경 내 젖은 발목으로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는지 진흙의 깊은 수렁 어떻게 건너왔는지 뿌리 깊은 마음의 상처들이 얼마나 큰 구멍으로 자릴 잡았는지 아는 이 누구 하나 없다고 울다 눈물 걷으며 하늘을 향해 쭉 고개를 든 불 밝힌 연..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영재의 <모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1) 모과 — 김영재 친구가 택배로 보낸 잘 생긴 모과 네 알 한 알이 익기까지 십년이 걸렸다 사십 년 지난 햇살이 모여 향을 품고 있었다 모과나무는 장미목 배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이 나무의 열매를 모과라 하는데 나무에 열리는 참외란 뜻으로 모과(木..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유강희의 <억새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0) 억새꽃 — 유강희 억새꽃이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명절날 선물 꾸러미 하나 들고 큰고모 집을 찾듯 해진 고무신 끌고 저물녘 억새꽃에게로 간다 맨땅이 아직 그대로 드러난 논과 밭 사이 경운기도 지나가고 염소도 지나가고 개도 지나갔을 어느 해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조동례의 <갈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9) 갈대 — 조동례 저 홀로 쓰러지고 저 홀로 일어서는 갈대에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 꺾이고 싶어도 꺾일 수 없는 유순한 천성이 서러워 온몸으로 걷잡을 수 없는 바람을 끊임없이 베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별하는 일이 베어도 도로 붙는 물 같은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정우영의 <생강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8) 생강나무 — 정우영 마흔여섯 해 걸어다닌 나보다 한곳에 서 있는 저 여린 생강나무가 훨씬 더 많은 지구의 기억을 시간의 그늘 곳곳에 켜켜이 새겨둔다. 홀연 어느 날 내 길 끊기듯 땅 위를 걸어 다니는 것들 모든 자취 사라져도 생강나무는 노란 털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김선우의 <매발톱>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7) 매발톱 — 김선우 야생화 전시장에서 산 거라고, 먼 곳에서 자그만 매발톱풀을 공들여 포장해 보내왔습니다 그 누구의 살점도 찢어보지 못했을 푸른 매발톱 한 석달 조촐하니 깨끗한 얼굴이더니 깃털 하나 안 남기고 날아가버렸습니다 매발톱풀을 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
조용미의 <소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6) 소나무 — 조용미 나무가 우레를 먹었다 우레를 먹은 나무는 암자의 산신각 앞 바위 위에 외로 서 있다 암자는 구름 위에 있다 우레를 먹은 그 나무는 소나무다 번개가 소나무를 휘감으며 내려쳤으나 나무는 부러지는 대신 번개를 삼켜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