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의 <능소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5) 능소화(凌霄花) ― 최재영 한동안 넝쿨만 밀어 올리던 능소화나무 좁은 골목길 담장에 기대어 황적(黃赤)의 커다란 귀를 활짝 열어젖힌다 한 시절 다해 이곳까지 오는 길이 몽유의 한낮을 돌아 나오는 것 같았을까 지친 기색도 없이 줄기차게 태양의 문..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윤승천의 <도라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4) 도라지 ― 윤승천 더러는 묏새 더불어 산맥(山脈)을 노닐다가 더러는 더북풀 쓸쓸히 묏골에 뿌리내리기도 하다가 한(恨) 많은 피난 벽지(僻地) 인맥(人脈) 되기도 했다가 봄날 천지 묏산에 산에 도라지 꽃 피었다 하늘은 그 길로 피맺히도록 열려 있고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이용악의 <오랑캐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3) 오랑캐꽃 ― 이용악 —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윤태수의 <능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 능금 ― 윤태수 천(千)의 바람 만(萬)의 물이 그 속을 알까 베짱이 귀뚜라미 이슬이 알까 시리도록 푸르른 저 무변(無邊)에 피멍울로 박혀있는 한 점의 순수 ‘능금’은 사과를 일컫는 우리말이다. 물론 토종 능금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이영식의 <호랑가시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1) 호랑가시나무 ― 이영식 바위에 칼을 갈고 있었다 아니, 칼날 숫돌 삼아 바위를 갈고 있었다 갈면 갈수록 무뎌지는 칼날 갈면 갈수록 날을 세우는 바위 바윗돌 갈아 거울을 빚어내려는 바람이 있었다 수수만년의 고독, 잎을 갈아 호랑이 발톱을 짓고 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김주애의 <탱자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0) 탱자나무 ― 김주애 촘촘하게 가시를 품고 지나가는 바람도 걸러낼 것처럼 빈틈도 없어 보이는 탱자나무 속 참새 떼가 날아든다 그렇게 독하게 들이밀던 가시는 다 어디가고 저 느슨함이라니 제 집인 듯 폴랑거리며 날아다니는 저 날개 좀 봐 짹짹거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양문규의 <구절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9) 구절초 ― 양문규 환한 하늘이 꽃을 내리는가 천둥 번개 울다 간 천태산 여여산방 소담하게 꽃이 열린다 햇살, 햇살이 가장 환장하게 빛날 때 저 스스로 꽃을 던져 몸을 내려놓는 그 꽃무늬를 핥고 빠는 벌과 나비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 들여다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서정춘의 <수수꽃다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8) 수수꽃다리 ― 서정춘 자기 몸의 암향을 아꼈다가 조금씩 꽃 벌에 들켜버린 사춘기들아 저년들 생살에 벌을 쏘이면 시집 빨리 간댔더니 왁자지껄 사라지는 여동생들아 한반도 북쪽에 자생하는 우리 꽃 ‘수수꽃다리’는 흔히 ‘라일락’이라 부르는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김태정의 <물푸레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7) 물푸레나무 - 김태정 물푸레나무는 물에 담근 가지가 그 물, 파르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지요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름 어쩌면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장서언의 <박>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6) 박 ― 장서언 바람불어 거스러진 샛대 지붕은 고요한 달밤에 박 하나 낳았다. 장서언의 시 <박>을 읽으면 그냥 눈 앞에 바람불어 흐트러진 샛대 지붕과 함께 그 위에 덩그라니 얹혀 있는 커다란 박이 떠오른다. 아주 멋진 그림이다. ‘샛대’는 억새..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