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의 <호박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5) 호박꽃 ― 박영근 밤새 몰래 밭둑을 더듬고 간 여우비에 과부 한숨이 벙글었네 비바람에 꽃이 진들 어떠리 애호박 따는 손이 첫서방 보듯 떨리었구나 흔히 잘 생기지 못한 얼굴을 호박꽃이라 말하는데, 꽃은 인간들 눈에 아름다우라고 피는 것이 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허영자의 <감>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4) 감 ― 허영자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소설이나 수필과 달리, 시는 젊은이의 갈래라 했다. 시적 상상력이 풍부한, 젊은 영혼의 노..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장석주의 <대추 한 알>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3)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조용미의 <가시연>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 가시연 - 조용미 태풍이 지나가고 가시연은 제 어미의 몸인 커다란 잎의 살을 뚫고 물 속에서 솟아오른다 핵처럼 단단한 성게같은 가시봉오리를 쩍 가르고 흑자줏빛 혓바닥을 천천히 내민다 저 끔직한 식물성을, 꽃이 아니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꽃인 듯..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이승희의 <패랭이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 패랭이꽃 - 이승희 착한 사람들은 저렇게 꽃잎마다 살림을 차리고 살지, 호미를 걸어두고, 마당 한켠에 흙 묻은 삽자루 세워두고, 새끼를 꼬듯 여문 자식들 낳아 산에 주고, 들에 주고, 한 하늘을 이루어 간다지. 저이들을 봐, 꽃잎들의 몸을 열고 닫..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8.20
아내(남편, 아들,딸) 전화번호, 어떻게 저장하셨습니까? 아내(남편, 아들,딸) 전화번호, 어떻게 저장하셨습니까? 딸내미와 함께 있는데 딸내미 전화가 울었다. <어~~ 꼬비네~~~!!> 녀석은 지 동생을 그렇게 부른다. 전화를 여는데 언뜻 보니 아들 이름이 아니다. 분명 이 씨여야 할 동생 이름의 성씨가 다르다. 통화가 끝난 후, 동생 이름을 뭐라 .. 살아가는 이야기 2017.02.21
<시> 풍경 (1) 풍경 (1) 녀석은 췌장암 말기였다 요양원으로 찾아간 날 꾸역꾸역 바깥으로 나가잔다 휠체어를 밀고 16층 아래 밖으로 나왔다 조금만 더, 더, 더 멀리 한길로 나오자 담배 한 대만 달란다 녀석과 눈빛을 맞추고는 긴 호흡으로 불을 붙여 연기를 내뱉으며 녀석 입에 물려줬다 쿨룩쿨룩…… .. 살아가는 이야기 2016.09.03
아~~, 내 친구 부근이가 갔단다~~~! 아~~, 내 친구 부근이가 갔단다~~~! 궁평8 동창들아, 이 친구를 아시는가~~! 왼쪽에서 두번째, <이부근> 얼굴을 알아보시겠는가. 1968년 2월 어느 날 - 우리들 졸업 사진에 있는 얼굴이라네. 그 <이부근>이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다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도 알고 있지 않은가. 오.. 살아가는 이야기 2016.07.12
내 친구 권성국이 떠났다 내 친구 권성국이 떠났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동창회에서 온 문자 메시지. 며칠 전 요양병원으로 옮겼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 이전에 연신내에 있는 병원에 갔을 때에 이미 각오를 했었다. 건강한 몸으로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버스타고 전철타고 다시 전철 갈아타고 찾.. 살아가는 이야기 201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