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의 <희망이란 것> - 부레옥잠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35) 희망이란 것 ― 이규리 부레옥잠은 팔뚝에 공기주머니 하나 차고 있다 탁한 물에서도 살 수 있는 건 공기주머니 속에 든 희망 때문이다 가볍게 떠있던 물 속 시간들 희망이 꼭 미래를 뜻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팔뚝에 희망 하나 차고 다닌 적 있다 잊을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07
이가림의 <석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34) 석류 ― 이가림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07
조두섭의 <배롱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33) 배롱나무 ― 조두섭 푸른 항아리 누가 어둠속에서 깨트리고 있다 벌겋게 달아오른 가마 속 익은 황토가 이슬방울을 폭우 뿜어내도록 불꽃의 혀가 빠져나오도록 제 육신에 촘촘하게 박힌 수천만의 푸른 별이 화들짝 놀라 비명을 내지른다 그것이 절망..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01
김은령의 <능소화는 또 피어서>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32) 능소화는 또 피어서 ― 김은령 저것 봐라 화냥화냥 색을 흘리며 슬쩍 담 타넘는 품새라니 눌러 죽인 전생의 내 본색이 살아서 예까지 또 왔다 능소凌宵 능소凌宵, 아무리 우겨보아도 결국 담장 아래로 헛헛이 지고 말 운명이면서 다시 염천을 겁탈하는..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01
김봉용의 <가시연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31) 가시연꽃 ― 김봉용 오늘 하루만이라도 짙은 물음표로 살고 싶어 이른 아침 우포늪에 가본다 늪 한 복판 물안개 깔린 잎 방석 위 가시연이 홀로 아침을 먹는다 고전으로 한복 차려입은 그녀는 이슬 먹고 꽃을 피운다 한번 묻고 싶다 무엇이 세상 속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01
원태경의 <미스김 라일락>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30) 미스김 라일락 ― 원태경 잘 웃는 미스 김 웃을 때 설핏 드러나는 덧니 예쁘다. 통째로 양키에게 뽑혀가 바다 건너 비린 것들 틈에서 다시 몇 번 구르는 사이 거웃조차 노리장해지고 혀가 꼬여서 더는 나랏말쌈과 사맛디 아니할 제 다시 뽑히고 꺾어지..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01
반칠환의 <주산지 왕버들>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9) 주산지 왕버들 ― 반칠환 누군들 젖지 않은 생이 있으려마는 150년 동안 무릎 밑이 말라본 적이 없습니다 피안은 발 몇 걸음 밖에서 손짓하는데 나는 평생을 건너도 내 슬픔을 다 건널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은 왜 낙타로 하여금 평생 마른 사..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10.01
이봉환의 <도토리들>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8) 도토리들 ― 이봉환 어디 가을이 얼마큼 왔나 궁금해 산에 갔더니 키 작은 졸참나무 도토리들 바위틈에 수월찮이 나앉아서 꼭 포경수술 한 동무지간들 목욕탕에서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운동 나온 아낙이 흘끔 보거나 말거나 큰놈 작은놈들 거시기가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29
최정란의 <마릴린 먼로> - 박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7) 마릴린 먼로 ― 최정란 지붕 위에 마릴린 먼로가 앉아 있다 박꽃 진 자리 새 봉분처럼 둥근 엉덩이 하얗게 까붙였다 구멍 뚫린 어둠에 바짝 붙어 앉아 눈을 반짝이는 별들 찰칵, 몰래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샤넬 No, 5 향기가 찍혀나온다 아찔한 외출..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28
권태응의 <감자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6) 감자꽃 ― 권태응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몇 년 전에 부천의 복사골문학회의 시낭송회 행사에 간 일이 있다. 시 낭송 모임인데 초청 인사들도 한 수씩 낭송을 하게 하여 나도 이육..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