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의 <대추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5) 대추나무 ― 김광규 바위가 그럴 수 있을까 쇠나 플라스틱이 그럴 수 있을까 수많은 손과 수많은 팔 모두 높다랗게 치켜든 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빈 마음 벌거벗은 몸으로 겨우내 하늘을 향하여 꼼짝 않고 서 있을 수 있을까 나무가 아니라면 정말 ..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18
김다희의 <꽃의 문(門)> - 접시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4) 꽃의 문(門) ― 김다희 밑씨가 은밀한 비밀의 문을 여는 시간 어둠을 하늘로 밀어올리는 꽃대 고독한 것은 스스로 빛나는 문장이다 도르르 말린 꽃잎 속에 詩자 한 자 새겨서 하늘이 잠시 잠깐 잠드는 사이 하얀 접시꽃 한 송이 제 문을 활짝 열어젖힌..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13
송찬호의 <늙은 산벚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3) 늙은 산벚나무 — 송찬호 앞으로 늙은 곰은 동면에서 깨어나도 동굴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는기라 동굴에서 발톱이나 깎으며 뒹굴다가 여생을 마치기로 했는기라 그런데 또 몸이 근질거리는기라 등이며 어깨며 발긋발긋해지는기라 그때 문득..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13
이재무의 <감자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2) 감자꽃 ― 이재무 차라리 피지나 말걸 감자꽃 꽃 피어 더욱 서러운 여자 자주색 고름 물어뜯으며 눈으로 웃고 마음으론 울고 있구나 향기는, 저 건넛마을 장다리꽃 만나고 온 건달 같은 바람에게 다 앗겨 버리고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비탈 오지에 서..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13
박목월의 <산도화(山桃花)>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1) 산도화(山桃花) — 박목월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박목월의 시 <산도화(山桃花)>를 읽으며 시 속에 등장하는 구강산(九江山)이나 돌산(석산..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13
조지훈의 <민들레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20) 민들레꽃 — 조지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距離)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13
문효치의 <나도바람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19) 나도바람꽃 — 문효치 바람이 시작된 곳 바다 끝 작은 섬 물결에나 실려 올까 그 얼굴 그 입술이 한 생애 불어오는 건 바람 아닌 그리움 꽃이나 나무 혹은 풀 이름 앞에 ‘나도’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냉이, 나도민들레, 나도바람꽃, 나도밤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13
박남준의 <화살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18) 화살나무 - 박남준 그리움이란 저렇게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어 갈기 세운 채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대의 품 안 붉은 과녁을 향해 꽂혀 들고 싶은 것이다 화살나무, 온몸이 화살이 되었으나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있다 처음 ‘화살나..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12
김달진의 <목련꽃>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17) 목련꽃 ― 김달진 봄이 깊었구나 창밖에 밤비 소리 잦아지고 나는 언제부터선가 잠 못 자는 병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지난밤 목련꽃 세 송이 중 한 송이 떨어졌다. 이 우주 한 모퉁이에 꽃 한 송이 줄었구나. 잎보다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목련..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08
정끝별의 <속 좋은 떡갈나무>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116) 속 좋은 떡갈나무 ― 정끝별 속 빈 떡갈나무에는 벌레들이 산다 그 속에 벗은 몸을 숨기고 깃들인다 속 빈 떡갈나무에는 버섯과 이끼들이 산다 그 속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속 빈 떡갈나무에는 딱따구리들이 산다 그 속에 부리를 갈고 곤충을 쪼.. 시인이 본 꽃·나무·열매·풀 2018.09.07